호박1 사잇길 사잇길 권말선 큰 길 한 켠 없는 듯 있는 짧은 길 우리 전부 다 합치면 너보다 크다며 돼지감자꽃들이 전봇대와 입씨름 해대고 깻잎사귀들이 노랗게 분칠한 뒤 몰래 밤을 기다리며 설레는 길 선 듯 누운 듯 아무렇게나 모여 있는 잡초들 대낮부터 술주정 늘어지고 울타리 넘어 도망가고픈 어린 호박넝쿨 늙은 할매가 묵직하게 발목 잡아채는 길 학교 끝난 아이들 와- 소리에 들썩대는 길 이동면 송전리 농협 옆에서 송전우체국까지만 딱 나 있는 길 비오면 웅뎅이로 숨어버리는 부끄럼타는 머스메 같은 길 알고보면 묵직한 사연도 담긴 길 함부로 조국을 앓다 교도소 끌려 간 사내 하나 있었지, 그 사내에게 비밀 아닌 비밀 은밀히 실어나를 때도 또 은밀히 실어 올 때도 모른 척 눈감아 주며 오히려 지친 발걸음 위로해 주던 길 그러.. 2014. 9.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