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무꽃1 [시] 순무꽃 순무꽃 권말선 어여삐 농사지어 꾸러미에 챙겨주신 땅땅한 순무 하나 부엌 창문 아래 숙제처럼 쟁여두고는 ‘순무김치 담그는 법’ 검색하고 며칠 ‘담아야지’ 생각하고 며칠 ‘무청이 자라네?’ 쳐다보고 또 며칠 ‘어머, 많이 자랐네!’ 하고는 또 며칠 그 사이 녀석은 홀로 제 몸의 수분 죄 끌어다 무청을 살찌우고 자란 무청 발돋움으로 햇빛을 따먹으며 양분이란 양분 다 끌어모은 끝에 노란 별꽃 타다다닥 터트렸다! 동안 얼마나 조마조마했으랴 혹시라도 냉큼 들어 올려 껍질 벗기고 조각을 내고 마늘, 고춧가루 휘휘 둘러 와삭와삭 씹어 삼키지나 않을까 발소리마다 놀래 잠 설쳤는지 쪼그라들고 검버섯마저 폈구나 흙 한 줌 없이 넉넉한 볕도 없이 물 한 모금도 없이 오로지 제 의지로만 노란 꽃무리 피워 낸 순무의 분투에 그제.. 2022. 3.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