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1 [시] 비에 잠기다(悲感) 비에 잠기다(悲感) 권말선 비가 온다 새벽 4시 반 안방 천장에서 비가 내린다 또닥 또닥 또닥 소리에 잠이 후닥 달아났다 옥상 방수공사를 끝냈다는데 비는 어느 약한 틈을 타 이 새벽 내 방 안까지 내리는 걸까 천장에서 내리는 비는 뚝 떠덕 똑 따닥 풀어야 할 암호로 변했고 떨어지는 비를 받아놓고는 저 비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어느 틈을 따라 여기로 왔는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몰라 멍하다 엊그제 마신 독주가 혈관을 맴돌다 더는 갈 곳 없어 역류하여 닿은 곳이 천장인 걸까 뚝 뚝 따 똑 똑 따닥 쓰거운 가난이 비에 잠긴다 이 비에도 일터로 가시는지 공사장으로 출근하는 이의 새벽 어둠을 땅땅 깨는 발걸음 소리 뒤로 여기저기 대문 여닫는 소리 이어 창이 푸르스름 밝아 오고 옆에선 다시 잠든 이의 고른 숨소리 .. 2022. 4.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