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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통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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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3

[시] 아니다, 이건 아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 SPC 노동자의 참변에 분노하며 권말선 자본가여, 그게 아니다 네 침 묻은 돈으로 우리 땀을 샀다고 해서 우리 자존심, 인격까지 우리 피, 목숨까지 다 가진 게 아니다 너희 돈에는 계산만 있지만 우리 땀에는 정성이 있나니 너희 돈보다 우리 땀은 몇 배 귀하고 값지다 그러니 돈을 쥐고 흔들며 우리 목숨 노리지 마라 자본가여, 거울을 보아라 매일 자기를 닦고 돌리던 노동자의 핏방울에 놀라 기계도 멈춰 서서 꺽꺽 울었을 노동자의 붉은 주검 앞에 달랑 천조각 한 장 가려 놓고 동료의 참변에 솜털마저 얼었을 또 다른 노동자를 불러 세운 너는, 너는 사람이 아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먹이를 잡고 갈가리 뜯는 심장도 없는 냉혈한이지 어찌 사람이랄 수 있겠나! 언제까지 우리 노동자가 꽃다.. 2022. 10. 19.
[시] 반찬을 포장하며 반찬을 포장하며 권말선 먹음직하게 만든 반찬을 정성스레 포장하며 내일 가격표 붙여 대형마트에 진열되기 전 오늘 뜨거운 불 앞에서 열심히 볶은 내가 퇴근할 때 이 반찬을 가져가 가족과 한 상에 둘러앉아 맨 먼저 먹어볼 수 있다면 좋겠구나 생각했지 그리고 이 지역 모든 노동자가 퇴근길에 원한다면 오늘 자기 노동의 대가와 우리 공장의 반찬을 바꿔 갈 수 있다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지 집을 짓는 노동자는 집을 빵을 만드는 노동자는 빵을 옷을 만드는 노동자는 옷을 필요한 대로 가질 수 있다면 또 집으로 옷을 빵으로 집을 옷으로 빵을 바꿔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지 먹음직스런 반찬을 정성스레 포장하며 오늘 만든 반찬이 빵이 되고 오늘 만든 반찬이 옷이 되고 오늘 만든 반찬이 집이 되고 오늘 만든 반찬으로 .. 2022. 9. 26.
[시] 노동자 되기 노동자 되기 권말선 새로이 공장에 취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사 동기 몇이 그만둔 뒤 누군가 거긴 텃세가 심하다 하고 또 누군 여긴 텃세는 없다고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 하고 누군가는 돈 벌어먹기 힘들다 하고 누군가는 전쟁터라 하고 한 달 또 두 달 나 자신 철새가 되지 않기 위해 텃새의 무리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마리 작은 새 처럼 느껴질 때 때로 버거울 때 어쩌면 나는 지나온 내 삶은 온실 속 화초였던가 되짚어 보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의 전투라 여기며 온몸으로 짜낸 소금꽃이 좋은 노동에 지친 무표정 속에서 간간이 건져 올리는 웃음꽃이 좋은 나도 이제 노동자 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 꿈을 일구는 사람 벽을 허물 사람 그런 멋진 사람, 당신처럼 나도 이제 노동자 2022.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