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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한은 삐라살포문제를 왜 부각시키는 것일까?

by 전선에서 2014. 9. 14.



- <분석과전망>남북고위급회담과 관련된 미묘한 흐름

 

북한이 삐라살포문제를 부각시키고 연이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또 다시 촉구해 이것들이 우리정부가 제기한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주목해볼만하다.

두 가지 다 13일에 확인되는 내용이다.

삐라살포문제를 제기한 곳은 남북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이었다. 대변인 담화 형식이었으며 제목은 '반공화국 풍선작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북남관계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삐라살포 등 심리모략행위와 동족대결책동을 중지하면 북남대화의 문은 자연히 열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 담화의 요지였다.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재개를 촉구한 것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서였다. '시대착오적인 대결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제목이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말로는 '남북관계완화''대화'에 대해 떠들면서도 실지 행동에 있어서는 공화국(북한)을 적대시하고 대결을 고취하는 망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것들을 북과 남의 정치군사적 대결을 조장하고 격화시키는 온갖 장벽들이라고 규정한 뒤 "남조선당국은 각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재개라는 실천적인 조치로 북남관계개선의 장애를 스스로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삐라문제는 우리당국의 반발을 곧바로 불러왔다.

통일부가 나섰으며 형식은 임병철 대변인의 논평이었다. 논평은 정부차원에서는 남북고위급접촉에서의 비방·중상 중단 합의가 준수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남북간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간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다.

 

다만 민간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삐라살포행위는 우리 국민의 표현 및 집회·결사의 자유의 헌법적 영역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에는 삐라살포를 '풍선작전'이라는 군사작전으로 명명하고 그 집행을 포병을 비롯한 현지 군무력을 동원해 내놓고 뒤받침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왜곡이라고 했다.

논평은 "남북간의 모든 현안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하며, 할 말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 나와서 하면 될 것"이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주문한 것이었다.

 

삐라살포문제의 부상에는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한 가지는 삐라살포에 대한 반발주체가 남북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이라는 점이다. 흔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일반적 대남기구가 맡아왔던 부분이었다. 때로 노동신문의 기고문형태로도 다루어지기도 했었다.

 

삐라살포문제와 관련 대남협상창구인 남북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이 나섰다는 것은 그 내용과 상관없이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 남북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은 지난 329일에도 한국군이 서해 5도 일대에서 대북 전단(삐라)를 살포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용서받을 수 없는 엄중한 배족적인 반역행위라고 비난했던 적이 있었다.

 

삐라살포와 관련, 일반적 대남기구가 아니라 남북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이 나섰다는 것은 북한이 삐라 살포문제를 남북고위급회담 선상에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우리정부가 제안한 제2차남북고위급회담과 곧바로 연동되는 지점이다. 그 어떤 전문가들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이 언론을 통해 북한이 조평통과 같은 대남비방기구가 아닌 대남협상창구를 통해 대북전단살포 중단을 요구한 것은 앞으로 이 문제를 갖고 고위급 접촉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삐라살포에 대한 문제제기가 마치 북한이 우리의 남북고위급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제시하는 조건처럼 보인다. 전제조건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보자면 남북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이 삐라살포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통일부가 이에 맞서서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 역시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특이한 또 하나의 지점이다.

그것은 마치 본격적인 무대에 오르기 전 장외에서 이루어지는 탐색이나 기 싸움 정도로 보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신문을 통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재개문제는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다루어야하는 의제를 제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석은 사실 과도한 측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삐라살포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새삼스러운 것일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껏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던 것이, 그리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 또한 지속되어왔던 것이 삐라살포인 것이다.

북남관계개선을 가로막는 가장 엄중한 적대행위

담화에 있는 이 표현은 삐라살포에 대해 북한이 갖는 기본인식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방중상과 악랄한 험담으로 관통돼 있다면서 내린 규정이다.

이것들은 삐라살포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비방중상과 험담에 맞서는 일반적 공세라는 것을 보여준다. 삐라살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듯, 삐라살포에 대한 북한의 행태에서 나타나고 있는 작은 특이점에 대해서까지 한사코 주목을 하는 것은 머지않아 시작되게 될 인천 아시안게임이 남북관계개선에서의 중요한 계기점으로 될 수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 인천아시안게임은 그 개막을 13일 현재, 딱 일주일 남겨두고 상태이다. 어쨌거나 남북관계, 끝까지 예의주시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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