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어둠 뚫고
권말선
잃었습니다
일백오십아홉의 우주와
그들로 인해 반짝이던 기쁨
그만 잃고 말았습니다
이태원 그 좁은 골목길에 갇혀
도와달라, 살려달라던 처절한 절규
권력놀음에 취해 짓눌러버렸듯
추모도 사죄도 위로도 진상규명도
권력으로 짓눌러버리는 나라기에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아끼리라는
대통령은 국민을 두려워하리라는
그런 믿음, 환상 우리에겐 없어요
소름 끼치게 겪고 나니
그딴 거 이제 없습니다
우리가 고통과 분노로 괴로워할 때
대통령이며 장관, 시장도 구청장도
지들만 안전하면 그만이라는 듯
우리의 아픔 따위 쳐다보지도 않습디다
책임지는 놈 하나 없습디다
잃었습니다
부르면 안겨드는 아까운 이름
차마 놓을 수 없는 그리운 얼굴
그러나 잃고 말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찾아야겠습니다
노란 리본 달며 했던 다짐
안전사회에의 약속
놓아선 안 되겠기에
보라색 리본 묶으며
또 다집니다
진실
기억
책임
약속
일백오십아홉
저 하늘의 별들은
담담히 제 무게 견디며
캄캄한 어둠 뚫고 반짝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땅에서
권력의 짙은 어둠
당당히 끌어내리고
지상의 별빛으로 화답해야 합니다
진실 기억 책임 약속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시::권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0) | 2024.01.29 |
---|---|
[시] 촛불 시민께 드리는 인사 (0) | 2024.01.07 |
[시] 진흙 속에 핀 연꽃 (0) | 2023.12.21 |
[시] 육사가 촛불에게 (1) | 2023.11.19 |
[시] 단풍은 왜 (0) | 2023.11.02 |
[시] 우리는 촛불풍물단 (0) | 2023.10.20 |
[시] 촛불의 바다에서 탄핵을 노래하자 (1) | 2023.10.20 |
[시] <용산어린이정원>의 송충이, 좀비, 다이옥신 (0) | 2023.10.01 |
[시] 올 추석에는 (0) | 2023.10.01 |
[시] 염(殮), 연(緣) (0) | 2023.09.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