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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폼페오가 방북하는 이유

by 전선에서 2018. 7. 6.

폼페오가 방북하는 이유

<분석과 전망> '위원장님, ICBM을 폐기해주십시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부 장관이 또 다시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 언론들에서 난리들이다. 2라운드 핵담판을 하러 간 것이라는 둥 폼페오가 타고 갈 비행기에서 나는 엔진소리 만큼이나 요란스럽다.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언제 폐기할 것이며 폐기의 모양새는 뭐냐?’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의 수많은 나라 그리고 정치인들과 관료 핵전문가들이 북핵에 대해 그렇게 초미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본질이 알려지고 있는 만큼 북핵문제 해결 전망은 비교적 또렷하고 내용 또한 그리 복잡치가 않다.

 

트럼프 정부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올 오어 낫싱)을 포기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all or nothing은 판이 깨져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측이 쓰는 전형적인 협상전술이다. 한국말로는 모 아니면 도. 미국의 반북진영 그리고 반트럼프 진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본격화되기 전에 기를 쓰고 강조했던 개념이었다. 그러나 애초 전술로 채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북의 실체 그리고 북핵 발전의 수준을 반영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북.반트럼프진영이 구사한 내용 없는 싸구려 정치공세에 불과했다. 훗나발을 부는 것이기는 하지만 로이터통신 4일자 보도가 최종 확인해준다.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을 통해 핵 감축을 위한 로드맵 합의를 희망하는 가운데 '올 오어 낫싱'식의 접근법은 접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것이다.

 

미국에는 all or nothing만큼이나 싸구려 정치공세가 또 하나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그것이다. CVID 역시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CVID를 배격한 이유다. 국무부는 최근 비핵화의 목표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설정했다. FFVD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6.12북미공동성명에 적시돼있는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의 영어식 표기다.

 

트럼프정부가 all or nothingCVID를 배격했다는 것은 사실 별 중요치가 않다. 다만, 북의 실체를 점차적으로 알아가면서 확인되는 미국의 태세라는 점에서는 흥미롭다. 그 태세는 사실 항복의 모양새다. 잘 보이지 않은 것은 화장빨로 감춰놓고 있어서다. 참 좋은 화장품이다. 세계최고 강국 미국의 굴욕을 제대로 감춰주니 말이다.

 

트럼프정부가 all or nothingCVID를 배격했다는 것에서 확인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해 가는 과정에서 북핵문제는 현실에 기반해야만이 현실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트럼프정부는 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북이 제시한 북핵문제 해결의 원칙인 단계적 공동행동의 원칙을 수용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미국이 이후 해야할 일은 현실적 접근법을 더욱 더 확고히 하는 일이다. 북을 제대로 알고 북핵의 실체를 정확히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정부가 all or nothingCVID를 접었음에도 불구하고 북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반북진영 그리고 비주류 트럼프를 무조건 싫어하는 미 주류세력의 반트럼프 진영은 여전히 현실에서 벗어나 고리타분하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수백 명의 조사관이 북에 들어가 사찰하고 검증하는 관례적인 핵 사찰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 적절한 사례다. 그 사찰 방식을 북에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 일반적인 관례를 적용받아야 할 근거를 북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이 전쟁이라도 해 패전한 나라이거나 미국에 기어들어가겠다는 약소국이라면 모른다. 핵 개발 초기시기라면 또 가능한 일이다. 핵강국 북에게 전혀 맞지도 적용할 수도 없는 핵사찰 방식인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서 당면해 달성해야할 최고 목표는 폐기가 아니라 부분해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략목표로 견지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6.12북미공동성명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가 적시된 이유다.

 

트럼프정부가 부분해체의 대상을 특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미국의 국민들이 직접, 그리고 너무나도 또렷하게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이 북핵문제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은 단 하나 밖에 없다. 핵탄두를 달고 날아와 눈 앞에 사뿐히 내려 앉을 ICBM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년 74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일하러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것입니다. 나도 뉴욕에서 가족들과 불꽃놀이를 즐기러 가려던 참이었죠. 그렇지만 난 워싱턴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3일 열린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1년 전 북 ICBM 화성-14형 발사를 화제에 올리며 한 이야기다. 나워트 대변인이 "당시 많은 이들이 공포에 빠졌고,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북미 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매우 우려했다"고 강조한 것처럼 그때,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 국민들이 경험한 것은 다스리기 힘든 공포였다. 북이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2006년 장거리 미사일 1발을 포함해 6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던 것이나 2009년에 단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의 공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북한과 전쟁 중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그때의 고통스러운 경험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전체를 곧바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지만,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흔쾌히 해체하려고 할 수도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이 로이터 통신에 한 이야기다. 크로닌 소장은 이어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몇 달 내에 어느 정도의 프로그램을 해체하려고 할지에 대해 탐색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전망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분석이어서다.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면해 설정한 최대의 목표는 북이 던지는 미국 국민들의 안보 상 공포를 해결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ICBM 폐기다. 미국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듯 핵감축 혹은 핵동결이 답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님! ICBM을 폐기해주십시요

폼페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그렇게 부탁할 것이다. 폼페오 장관이 방북하는 이유 중에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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