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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470

[시] 백정 백정권말선여덟 시간 내내 고기를 썬다 산더미처럼 쌓인 고기 뭉치 지방은 적당히 발라내고 살코기 붉음이 돋보이도록 자른다 썬다 휘두른다제법 능숙해지는 칼질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칼과 손은 이미 하나다 칼날 둔해지면 야스리 움켜잡고 날을 간다, 앞뒤로 슥 삭 슥 삭 살점마다 허옇게 들러붙은 기름덩이칼 끝 얹기만 해도 단박에 떨어지게살코기 콱 물고 버틴 뼈다구살짝 힘만 주어도 금세 발라내게바짝 간다, 세운다 칼날, 휘두를 준비가 됐다 어쩌면 전생에 백정이었을까 등판 넓고 피부 거무스름한 사내 남이 정한 신분쯤은 무시하고 제가 닦은 눈빛만은 쨍한 그런 탐관오리 수탈도 양반네 멸시도호시탐탐 집적대던 왜놈도 양놈도움켜쥔 칼 잘 세워진 날로 죄 발라내던 솜씨 좋은 그런 백정이면서 의적 때론 의병이었을까 긴 세월 슬었.. 2024. 7. 13.
[시] 눈,사람 눈,사람권말선본디 나의 온 곳은  저 먼 하늘뿌리 당신도 나도 시나브로 잊고 살았던 아득한  인연의 고향 그 어디쯤 지상 한 점에 발 딛고 고개 젖혀 막연히 올려다보던 당신의 얼굴 발견하고 마냥 설레며 당신 발아래 한 점으로 무사히 내려앉던 순간이여 커다란 손 시리고 아리도록 정성스레 이리저리 간지럽히며 당신보다 조금 작은 나를 마침내 일으켜 세웠을 때, 우리 두 사람 마주 보며 고요히 웃었지, 그랬지 허나 우리들 사랑의 온도 따라 시절 무심히 녹아내리고 이별하는 연인들 다 그러하듯 당신의 안녕, 안녕만을... 본디 내 머물렀던 곳 저 하늘과 잇닿은 땅속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머물 당신 기억 속으로 먼 먼 후일 금세 다시 알아볼 당신과 나 눈맞춤 그리오며 기꺼이 기꺼이 안녀...ㅇ 2024. 7. 1.
[시] 골담초 골담초권말선새삼 이름을 묻지 마오 버선꽃이라 멋대로 불렀으면 됐지 이제와 굳이 꽃들이 어우러진 마당 지나 앞집 담벼락 그늘 아래 외따로 떨어져 피고 지고 피고 지느라 외로움은 가시로 돋았소 그리움이 갈증으로 덮친 날엔 이끼 무성한 수챗물 퍼마시다 목구멍에 걸린 실지렁이 난동에 꽃잎 끝까지 고열을 앓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소 마당을 오가는 이들 중 더러는 다가와 웃어 주기도 했으니 이제는 인적 다 끊어져 골목엔 흙먼지만 뒹굴고 수챗고랑 이끼도 가루졌는데 다시 무엇으로 채우리오 이 기갈, 어지럼 추억으로라도 묻지 마오 아침저녁 정히 부르지 못할 이름이면 이제사 굳이 2024. 6. 9.
[시] 의자 의자권말선왔나 마이 늦었네 밥은 먹었나 힘들었재 맨날 서서 일하이 얼마나 다리가 아푸겠노 퍼뜩 여 좀 앉아 쉬라 아이고, 야야 몸이 천근 같을 낀데 일 좀 덜하마 안 되나 다 잘할라꼬 백지로 용 안 써도 된다 힘들면 다음에 해도 되고 천처이 해도 마 괘안타 니 몸이 젤 중하다카이 와, 하마 일랄라꼬 앉은 짐에 좀 더 쉬지 야야…, 니가 고생이 많다 밥 꼭 챙겨 먹음서 하그라, 에이 지난해 가을 낯설은 먼바다에 뿌려드리고 난 뒤 무시로 허전하였는데 어느 날부턴가 밤늦어 돌아와 등짐 벗고빈 의자에 앉으면곁에 계시던 그때처럼 말 걸어주시는낯익은 어머니 목소리 2024. 5. 6.
[시] 목련 전설 목련 전설 권말선 만세의 그날 아침 삼거리는 어느새 흰옷 입은 사람들 상기된 목소리로 왁자하고 마당을 나서다 말고  가야 한다, 너희를 위해서도 꼭…  뒤돌아보며 입술 깨무셨지 버선목마저 새하얗던 어머니는 만세의 그날 이후 시내까지 내달렸던 사람들 사방에서 날뛰는 제국의 총탄에 더러 숨고 더러는 후륵 쓰러질 때 지척에 두고 마을 초입에서 그만 다리만 건너면 바로 삼거리인데 그만 어머니도 만세의 그날 지나 먼 먼 날 잊음을 잊은 이들은 하나 둘 풀 꽃 나무로 화하시어 저기 다리 밖 마을 초입엔 찔레 조팝 망초 흰옷 입은 그 님들이 여적지 만세만세 팔 흔드시고 학교와 정류장 사이 좁은 길가엔 들고나는 버스 손님 유심히 살피며 목련 셋이 나란히 마중 나와 서 있지 해지기 전 오리라 하셨던 어머니니 만세가 온 .. 2024. 4. 29.
[시] 이런 국회의원을 찾습니다 이런 국회의원을 찾습니다 권말선 이번 총선에서 이런 사람 꼭 뽑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조국의 독립 위해 자신을 다 바친 홍범도 장군처럼 자기의 모든 걸 바쳐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할 사람 이번 총선에서 이런 사람 꼭 뽑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목숨 소중히 여길 줄 알아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오송 지하도 참사, 양회동 열사... 억울한 희생의 책임 제대로 물을 사람 이번 총선에서 대차게 말하고 굴함 없이 행동할 그런 사람 꼭 뽑아야겠습니다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명품가방 오만방자 사기꾼 김건희를 기어이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사람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반드시 촛불 같은 사람만 뽑겠습니다 국민은 희롱하고 겁박하면서 미국, 일본만 하늘처럼 떠받드는 윤석열 그 인간을 탄핵할 사람! 민생위기, 전쟁위기.. 2024. 3. 31.
[시] 흥으로 이기리라! 흥으로 이기리라!- 2024 촛불풍물단 정월대보름맞이 풍물굿 권말선2024년을 누비러 온 용 저 푸른 용의 수염을 잡아 광장에 앉혀놓고 물어보련다 밟으면 꿈틀하고 마는 지렁이, 절대 반항하지 못하는 개돼지, 하루살이 노예가 정녕 우리네 신세냐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광장의 촛불을 보아라 비리로 탄생하여 민생파탄에 급기야 매국과 전쟁에로 돌진하는 검찰공화국 수괴 윤석열 몰아내려 모였다 피의자에서 영부인으로 벼락출세하며 조작질과 명품과 권력에 혈안인  김건희 감옥 보내려 뭉쳤다 그러나 실은 이 정도론 어림없다 이승만부터 윤석열까지 서북청년단부터 극우모리배까지 조선일보와 국힘당류 금배지들 저항하는 입을 틀어막고 팔을 비틀며 친일과 숭미에만 열중하는 오래고 퇴폐한 그 모-든 망령들 모조리 내쫓을 참이.. 2024. 3. 16.
[시] 0.7을 위하여 0.7을 위하여 권말선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단다 출산율 0.7명,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맹랑한 자본주의에선 어쩌면 당연한 일 아프리카 순한 어느 부족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선다는데 자본주의 이 땅에선 노예로, 부품으로만 살라고 그저 돈, 돈, 돈의 올가미 그러다 결국 공부에 지쳐 온갖 참사로 군대에서 일터에서 가난 때문에 우울해서 어쩌면 전쟁 때문에 쉴 새 없이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 학교도 군대도 직장도 마을도 재벌과 노예로 나뉜 사회 그러니 어찌 보면 참 장하구나, 우리의 0.7이여 아찔한 저 자본주의에 질식하지 않았으니 누구보다 용감한 그대 고귀한 생명, 출산, 존엄 앞에 황금만능, 분단정글의 자본주의 너는 그만 사라져야겠다 더 이상은 너를 원치 않는다는 .. 2024. 2. 23.
[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고 이선균 배우 죽음의 진상을 요구하며 권말선 왕(王) 놀음에 빠진 윤석열은  그 위에 칼을 꽂고 피 묻은 손가락 마구 휘저으며 지시했다 “특검이니 무능이니 지겹다, 여론을 돌려라!” 검찰과 경찰은 왕을 따라  그 위에 칼을 꽂고 피 묻은 법복 휘날리며 마구 달려갔다 “왕과 왕비는 착하다, 알만한 누군가가 바로 마녀다!” 언론입네 하는 자들도 검경을 따라  그 위에 칼을 꽂고 피 묻은 펜으로 마구 지껄였다 “왕과 검찰, 경찰의 말씀이 다 옳다!”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그와 가족이 어떤 심경인지 또 얼마나 힘든지 사악한 저들 안중에 손톱만큼이나 있었을까 그저 사냥, 사냥, 사냥 피 묻은 손 가려 줄 사냥에만 열중했을.. 2024.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