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꽃 이야기
권말선
3월도 오기 전에 피어난 꽃은
이름도 모르는 흰꽃이예요.
작은 방 창가 화분 속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꽃을 피워낸
키다리 흰꽃대장 살고 있어서
아침마다 우렁차게 호령을 해요.
장딸막한 꽃나무는 추위에 얼어 죽었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족보도 모르는 녀석 -
말라깽이 풀꽃이 이제는 대장이지요
이끼풀도 꼼짝 못할 키다리예요.
사실 말은 안했지만 속으론 그 녀석을 존경한다우
한겨울 창가 베란다는 무지 추워요
나는 가끔 물주는 걸 깜빡하구요
꽃나무가 얼어 죽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런데 그 녀석은 꽃을 피우니
추위와 배고픔과 무관심도 아랑곳없이
3월도 오기 전에 피워냈으니
정말로 그 녀석이 기특하구요
용감무쌍한 멋쟁이 같아요.
물 주러 가는 길에 슬쩍 다가가
너같이 멋진 꽃은 첨본다고
꽃잎에 찐하게 뽀뽀하고는
너랑 나랑 친구하자고 졸랐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