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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위기에 처한 미국의 아시아 귀환 정책

by 전선에서 2014. 9. 13.

<분석과전망> ‘이라크 수렁아시아 귀환 정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하겠다며 시리아 공습 결단을 내림으로써 미국은 중동에 두 개의 전선을 치게 되었다. 이라크 전선에 국한되었던 전선이 시리아로까지 늘어난 것이었다.

 

1.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온 것은 아시아귀환정책 때문이었다.

 

오바마가 백악관 스테이트 플로어에서 IS파괴를 위한 4대전략을 밝히는 순간 많은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떠올린 것은 이른바 이라크 수렁이었다.

이라크 수렁은 미국이 2003년 시작되어 2011년까지 이어졌던 8년 간의 이라크 전쟁에서 온갖 악몽에 시달리다 어정쩡하게 퇴각한 것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철수하면서 성공한 종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온갖 수사를 동원해 오바마의 외교업적으로 추켜세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종전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라크 내전에 이어 현 시기 IS의 존재가 이를 반증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온 것과 관련 이라크 전으로 인한 피로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10여 년 간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여론의 악화를 겪으면서 동시에 군비삭감이 불가피해질 정도로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동안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세계적 진출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은 자신의 턱 밑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 말고도 또 하나의 놀랄만한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북한이었다. .미사일과 관련해서 북한이 군사강국을 선언한 것이 그것이었다.

 

세계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에게 중국의 부상,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 등은 치명적 장애였다. 중국과 북한의 진출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 없는 미국의 처지가 결국은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와야하는 중요한 이유로 되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겪었던 이라크의 피로도는 이라크를 빠져나오게 하는 원인이 아니라 다만 계기였을 뿐으로 볼 수가 있다.

 

2.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빠져나오기 바쁘게 아시아로의 귀환(return to asia)”을 선언했다. 이라크전이 종료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은 20121월이었다. 오바마가 직접 발표한 <미국의 지속적인 글로벌 리더쉽 유지 :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라는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태지역이 정치, 경제, 군사, 안보에서 세계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아·태지역에서 전략적 재조정(Rebalance)을 추구할 것이라는 오바마의 연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유명한 전략가 한 사람을 떠올렸다.

 

미국 백악관 전 보좌관이었던 즈그브뉴 브래진스키가 그였다. 그는 <거대한 체스판>이란 책에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려면 유라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탱해 주는 두 개의 발판은 코리아반도와 중동이다라는 말을 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귀환 선포는 아태패권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브레진스키의 주장이 오바마에게 와서 비로소 정책화 되는 순간이었다.

영리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시아귀환정책을 이미 오바마 후보시절부터 읽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시절 이라크·아프간전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그것을 미국 패권전략의 변화의 기미로 보았던 것이다.

 

3.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서 다시 빠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바마가 어떻게 해서든지 중동지역의 전쟁에서 피해가려는 태세를 일관되게 보였던 것은 따라서 이라크 악몽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가 아니라 이라크 수렁으로 인해 아시아중시정책이 약화되고 그 빈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라크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는 미국의 태세는 시리아 공습 결단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리아 공습 결단은 IS의 주요활동무대인 이라크에 대한 공습에서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공습으로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제한적 공습에서 적극적 공습으로 공세기조를 바꾼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른바 '다자주의적 개입''배후 주도'(leading from the behind)라는 기존 대외정책의 원칙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다자주의적 개입'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동맹·우방국들과 국제적 연합전선을 형성해 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직접 작전에 나서지 않고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형태로 개입하겠다는 것이 '배후 주도'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확인하게 되는 것이 이라크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는 미국의 태세이다.

 

그러나 이라크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는 태세는 무엇보다도 시리아 공습 결단이 IS의 파괴를 최종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지상군 투입은 배제하고 있다는 것에서 가장 또렷하게 확인된다.

 

이와 관련 지난 시리아사태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등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하게 되어 무려 13백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미국은 8월 말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4척의 구축함을 인근 해역에 급파했다. 구축함들은 36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준비 상태에 돌입시켰다. 남은 것은 최종 명령뿐이었다.

이어 인지클릭 기지나 이탈리아 등 유럽 내 기지에서 미 공군 전폭기들도 발진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고 지중해나 인도양을 항해 중인 미 해군 잠수함에서도 순항 미사일 발사 대기 상태로 진입했다.

 

그러나 그 군사작전은 실행되지 않았다. 같은 해 914일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보유 화학무기를 미국의 MV 케이프 레이 호로 옮겨 폐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실행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도 이라크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는 미국의 안간힘이다. 이라크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는 미국의 태세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에 도움을 준 것은 러시아였다.

 

4. 현실은 이라크 수렁에 다시 빠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공습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라크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오바마의 시리아 공습 결단이 있고 난 뒤에 던져두고 있는 화두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게 펼쳐진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무엇보다도 지상군 없는 작전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돋보인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또 하나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이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한 유럽 동맹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공화국 등 중동 우방들을 연합전선에 참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IS 격퇴전략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한 국가가 현재 38개국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군사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의 숫자가 얼마가 될지는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들도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뉴스거리가 아니다. 푸틴이 집권하고 나서 미국과 대립각이 더 예리해지고 세졌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의 우방인 영국과 독일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심각한 상황에 다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이 견지하고 있는 '다자주의적 개입' 원칙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이것들은 IS의 파괴라는 오바마의 목표가 간단하게는 실현되지 않을 것을 예견케 해주는 것들이다. 오바마도 인정한 사안이다. 오바마가 시리아 공습 결단을 발표하면서 "(cancer)을 근절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들에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읽었던 것이 이라크 수렁의 징후였다. 시리아 공습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에 대한 IS의 반격이 여러 형태로 이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전황이 오래가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 다시 빠지게 된다고 했을 때 보여주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상이다.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실지로 있게 될 때 적지않은 전문가들이 이것을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 들어가는 첫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이라크 수렁은 아시아귀환정책 파탄의 외부적 조건이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다시 빠져든다는 것은 단순히 중동에 국한된 사안일 수가 없다.

이와 관련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미국을 둘러싼 지금의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일본도 만만치가 않다. 미국의 노골적인 간섭과 개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일교섭을 진행시켜나가고 있다.

특히 북한이다. 북한은 연속적인 로켓발사시험을 통해 미사일 능력을 최고조로 높이는 활동을 공개하고 있는가 하면 여차하면 제4차 핵실험도 불사하겠다며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판이다. 미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국제현실은 이렇듯 심상치가 않은 것이다.

 

2003년과 2011년 사이에 이라크 수렁이 만들어졌을 때의 환경과는 질적으로 다른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단순히 외부 환경이나 객관정세 정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미국이 한미일군사동맹을 기둥으로 삼아 실현하려는 아시아귀환정책에 맞서고 있는 것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귀환정책이 맞닥뜨리고 있는 난관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주는 것들이기도 하다.

 

아시아귀환정책이 맞닥뜨리고 있는 난관은 그러나 중국이나 북한 등 동북아정세에서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여기에 또 다른 한 몫을 거들고 나선 것이 다름 아니라 IS이다. IS가 미국을 중동에 묶어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아시아귀환정책의 실질적인 장애로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귀환정책이 난관에 봉착하는 데에 마치 IS까지도 끼어드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기까지 하다. 이것이 구체화되는 데에는 물론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실제로 있게 되는 경우이다.

시리아에 대한 실질적인 공습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을 이라크 수렁은 결국 미국의 아시아귀환정책을 위기로 몰아가 종국에는 실종시킬 수도 있는 외부적 조건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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