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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통일대박론’과 ‘5.24조치’

by 전선에서 2014. 9. 15.

<분석과전망>경제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경제인들의 발을 묶는 것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낸 '5.24조치'는 경제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난 달에 있었던 우리 경제계의 최고 경영인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이에 대한 답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조치(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명예회장이 지난 8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한 얘기다. JTBC22일 보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인들과 전문가들을 묶어 '통일경제위원회'를 구성하는 자리였다. 통일경제위원회는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안하고, 남북경협 확대 등의 사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기구로 출범했다.

 

손 명예회장의 그 발언은 통일경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서 한 개회사에서 나왔다.

언론들이 집중했다. 그럴만도 했다. 전경련이 통일과 관련해 상설위원회를 내온 것은 9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그 자리에는 그 의미에 걸맞게 우리사회의 최고경영인들이 대거 참여를 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김진일 포스코 사장, 윤창운 코오롱 사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26명이나 되었다.


통일대박론으로 움직이는 경제인들

 

기업인들이 통일대박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며 언론들이 대서특필들을 했다.

손 위원장의 발언은 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여러 말을 종합한 것이라 할 만했다. 특히 경영인들이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제외하고 모든 남북 경협 사업이 중단된 데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던 것과 직접 연동되는 것이었다.

 

남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만들자

개회사의 주요 골자였다. 손 위원장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일조한 기업인들이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산업화를 효과적으로 일궈내는 데 일조해야 할 때"라고 언급을 함으로써 기업가들의 통일과 관련되는 임무를 제시한 것이었다. 그를 위해서 구체적으로는 북한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경제계 차원에서도 통일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들은 박근혜대통령이 만들어내 부각시킨 통일대박론이 경제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일대박론'이 흡수통일에 기초한 반통일정책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이견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굳혀져있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논리이다.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파고들어서 어떻게 해서든 이윤을 창출하려는 것이 자본의 본성이어서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했을 때 업계에서 통일 이후 유망 자산과 수혜주를 고르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무턱대고 한 것이 아니었다. 1990년 통일독일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등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투자 매력도를 분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신영증권 김재홍 투자전략팀장은 중앙일보 311일자를 통해 독일의 사례를 보면 투자 매력도는 부동산>주식>채권 순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일 초기에는 부동산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것이었다. 북한 곳곳에 도로와 철도·항만·주택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나면 그때부턴 주식의 매력이 올라 갈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 근거는 독일통일 당시 독일 닥스지수가 909~2000년 사이 무려 240% 넘게 올랐다는 것이었다.

의류와 제약 등 투자비용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경공업 관련주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고 했다. 사례로 독일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인 휴고 보스는 주가가 971% 상승한 것을 들었다. 제약회사인 바이엘은 445%, 물류기업인 루프트한자는 397%, 에너지 기업 에온도는 336% 증가했다는 것도 첨부했다.

모든 경제전문가들이 다 주장하고 있듯이 통일의 가장 큰 효과는 인구 7000만이 넘는 내수시장이 생긴다는 점에 있다. 선진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엔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이 생기는 셈이다. 또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하면 원자재 수입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방비 절감 효과도 크다는 것은 설명을 달리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그 어느 것 하나도 특별한 것들이 아니다. 상식으로 접근을 해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오창섭 연구원의 견해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은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15년 가까이 후유증을 겪었지만 지금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우리도 남북한 사이의 국력 격차가 부담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 것이다.

 

경제인의 발목을 잡는 ‘5.24조치


이처럼 '통일대박론'이 경제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기제로 되지만 그러나 그 움직임을 움직임에 묶어두고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손 위원장이 언급했듯이 이명박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5.24조치이다.

모순이다. 이 모순을 없애주는 몫은 오직 박근혜 정부에게 있다. 5.24조치 해제는 지금에 와서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5·24 조치를 해제하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사사건건 대립을 치는 통일운동진영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야당에게서 나온 말도 아니다.

정부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갈등과 대립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한다"면서 한 말이다. 획기적이다. 그러나 그 획기성은 현실에 바탕할 때 언제라도 나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실상 획기적인 것이 아니다.

 

유 위원장의 발언은 여기에서 멎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이 결실을 맺기 위해 남북 모두 대승적인 양보와 협력을 해야 한다""세계가 한반도에 주목하고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의 거점이자 중심국이 되도록 국회가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히기까지 한 것이다.

 

압권도 있었다. 유 위원장은 정부가 5·24 조치의 해제 조건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 "북측의 선 조치가 있으면 좋지만 그런 조치가 없어도 남북 간 긴장완화와 대화를 위해서도 조치(해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처럼 국회가 힘을 싣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아직까지는 5.24조치 해제를 당론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박근혜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5.24조치를 해제하는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박대통령이 주목할 점은 딱 한가지이다.

'통일대박론'이 경제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경제인들의 그 발을 묶는 것이 다름 아니라 5.24조치라는 점이다.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남북관계에서 9월은 분수령이 되어야한다고 하고 있다. 전망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게 던지는 힘 있는 제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제2차남북고위급회담을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북한의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정부에게 대북대결자세를 바꿀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4일 후면 북한이 참여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게 된다.

사람들이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경제인들의 눈은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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