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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6자회담은 조건 없이 남북은 기존합의 이행을’

by 전선에서 2014. 9. 7.

<분석과전망>북미대화 재개 그리고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현실적인 방도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역시 세계뉴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베이징을 거쳐 독일로 날아가는 유럽방문 초반의 행보부터 언론들은 낱낱이 추적해들어갔다.

언론들은 유럽행 첫 방문지인 독일에서 강석주 비서가 두 가지의 말을 한 것을 자세히 기사화하고 있다.

 

북미접촉도 북일접촉도 없을 것

 

첫 번째는 북미접촉이나 북일접촉은 일정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석주 비서의 유럽행보를 전망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미국이나 일본과의 비밀접촉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을 눅잦혀 주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이나 관련 기자들을 머쓱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는 배려로 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쓸데없이 왼심 쓰지 말라는 것으로 읽히는 것이다. 당 대 당 활동이며 극히 정상적인 외교활동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어서 더욱 그랬다.

 

결과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북미접촉설은 사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보면 강석주 비서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안이었다.

미국이 새롭게 짠 대북진용에 6자회담 특사 자리를 시드니 사일러가 맡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일러의 6자회담특사 임명은 12개월 동안이나 정지되어있었던 대북대화창구인 뉴욕채널이 재가동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일러 특사는 지난 4일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 참석해 케네스 배 등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문제와 관련하여 뉴욕채널이 가동되고 있음을 확인해주기도 했다.

 

이는 강석주 비서가 대미접촉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북미대화창구가 마련된 상황에서 강석주 비서의 대미접촉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북미관계가 대화창구조차 없는 상황에서나 시도해볼만한 것이 북미접촉으로 되는 것이다.

 

북일접촉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들이 일본의 납치문제와 관련해 북일접촉 가능성을 관측했던 것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베를린 체류기간이 이 강석주 비서의 그것과 겹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석주 비서는 일 외상과의 접촉설 관련 질문에 대해서 "만날 계획 없다.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가지고 온 임무는 없다"고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북일교섭은 약간의 난항이 확인되면서도 다양한 통로를 통해 공식저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그 상황은 북일접촉과 관련된 강석주 비서의 임무와 역할에 특별한 것이 없을 것임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었다.

언론들이 강석주 비서에게서 확인 해준 것은 다음으로 6자회담 그리고 남북관계개선의 전망과 관련한 원칙적 입장이었다.

 

6자회담은 조건 없이

 

조건 없는 6자회담을 말했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터다. 원칙적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정세에는 6자회담에 북한의 그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하는 여지를 주는 지점이 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4일 확인한 사안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미국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도 북한이 영변 핵단지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장하고 과거 플루토늄을 생산하던 원자로 가동을 다시 시작했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바가 있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두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영변원자로가 예로부터 북미대결전에서 북미협상의 단골 사안이라는 것은 익히 그리고 널리 알려진 사안이다.

새롭게 건설되는 과정을 거칠 뻔 했던 것이 영변원자로였다. 그렇게 가동이 멈추는 것을 뛰어넘어 2008년에는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며 폭파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다시 IAEA사찰요원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며 재가동 징후를 보여주는 등 영변원자로가 겪게 되는 과정들은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것이었다.

영변원자로가 보여주는 복잡한 과정들에서 전문가들은 북미협상의 굴곡을 읽었다.

 

영변원자로가 복잡한 문제라는 것은 영변원자로가 6자회담의 주요 의제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북미회담을 열어낼 수 있는 조건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정세는 영변원자로 문제가 갖고 있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북미회담 재개 조건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추정에 무게를 싣게 해준다. 미국에서 영변원자로 재가동과 관련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 유독 주목되는 이유이다. 미 국무부는 당일 성명을 발표하여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에 대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고 반발했다.

 

국무부가 지적한대로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 비핵화의지가 없는북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는 역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야할 미국에게는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 북미회담을 강요하는 물리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해준다.

이로부터 미국은 심각한이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하는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핵심인 무시전략이 무용해지는 것을 벗어나 파산위기를 맞게 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오는 8일부터 사흘 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은 일정 주목할 만하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는 만큼 주요의제는 당연히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남북합의 이행으로

 

합의서가 있지 않느냐. 그것을 이행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 풀린다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강석주 비서는 그렇게 말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말한 것이다. 이 또한 새로울 것이 없다.

 

사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 남북이 합의한 것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만한 것이 없다. 여기에는 7.4공동성명도 포함된다. 박근혜대통령의 대북정책이라고 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이와 같은 기존 남북합의에 기초해 있는 것이라고 정부에서는 밝혀왔다.

잊을만하면 대북정책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이라면서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것들이 하나 같이 다 식상하게 보이는 것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재 때문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범주 안에 들어있는 구체들이어서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어떤 새로운 남북관계 개선사안이나 통일 관련 사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남북관계개선과 통일과 관련된 최고의 원칙이고 총체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진영에서 6.15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이정표로 10.4선언을 6.15공동선언의 구체적 일정표로 규정하고 이명박 정부 때 이어 지금까지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것도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

 

기존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들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겠다는 것에 의해서만 지금 남북관계 개선에서 중요한 내용으로 되고 있는 북한의 응원단 파견문제는 물론 그리고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 등도 풀릴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정부가 북한에 제안해놓은 2차남북고위급회담에 긍정적인 전망이 열리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강석주 비서가 6자회담은 조건 없이 열어야하고 남북관계 개선은 남북합의를 이행하면 된다고 한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 원칙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극히 구체적인 방도로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다.

 

현 시기 남북관계 그리고 북미관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다양하고 복잡할 듯이 보이는 움직임들에 대한 관전법에서 가지면 좋을 법한 준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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