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정세단상> 요동치고 있는 동북아 정세의 복판을 관통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힘
정세. 진짜, 복잡하다. 언제 이런 적이 있나 싶다. 웬만해서는 정리하기 쉽지가 않다. 머리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 정도다. 날씨까지 더우니 더 그렇다. 동북아 정세가 출렁이다 못해 요동을 치는 양상이다.
대충 들어가 봐도 주요 정세흐름은 무려 다섯가지나 된다.
하나, 일본의 경제공격이다. 전국이 들끓고 있다. 북도 예외가 아니다. ‘백년숙적’이라는 말은 과학이다.
둘,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상태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인도.태평양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9일 정경두 국방장관과의 회담 과정에서 “국가방위전략상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우선순위 전구"라면서 "한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한 것이다.
셋,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평화경제’로 일본을 이기겠다는 이른바, ‘평화경제론’을 주창하고 있다. 언뜻 보면 모순되는 듯이 보이지만 그것엔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넷, 촛불들이 반일전선을 공고하게 쳐놓고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를 주창하면서 동시에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등 대중적인 반미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다섯, 북의 무력훈련이다. 전술유도탄과 대구경조종방사탄 훈련이 7월 25일에서 8월 6일까지 무려 네 번이나 진행되었다. 그리고 훈련은 끝났지만 그 여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익히 만들어두었던 ‘19-2동맹’이라는 이름조차도 붙이지 못하는 등 미군장성들의 패색 짙은 표정에서 훤하게 읽힌다.
이 다섯가지는 복잡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각기 독립돼 저 맘대로 흘러가는 독자적인 정세가 아니다. 중층적인 모양새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 꾸러미로 잘 묶여 있다. 한 전선에 급과 위상에 맞게 질서정연하게 잘 배치돼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공격은 일본 군국주의 세력과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합작품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우리에 대한 경제공격을 두고 미 전쟁세력의 경제공격이라고 보아도 되는 셈이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행과 주한미군방위비 증액 및 호르무즈 파병 요구는 미국의 단독작품이되 다른 한편엔 일본 군국주의 세력을 끌어들이려는 미 전쟁세력의 정치 계산이 몰래 깔려 있다.
현안 중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소미아는 일본의 의중이 아니다. 한국의 의중은 더더욱 아니다. 온전히, 미국 작품인 것이 지소미아이다. 지소미아 폐기 투쟁이 반일전선이 아닌 이유다. 지소미아 폐기 투쟁은 한미일동맹을 공고히 하려는 미국을 향해 싸워야하는 본원적인 반미투쟁 영역인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방한해 지소미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의미심장한 행보를 딛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단순히 의례적인 게 아니다. 에스퍼 장관이 ‘인도.태평양전략’을 강조한 것은 일단, 그것에 한미일동맹이 주요 축이 된다는 것을 확정한 것이 된다. 이에 따르면 그 한미일동맹의 군사안보적 표현인 ‘지소미아’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시비를 걸 수가 없다. 더구나 미국이 지난 해 초 우리에게 가했던 ‘철강관세 부가’ 같은 무기의 위력을 잘 알기에 문재인 정부로서는 지소미아를 말로만 들먹일 뿐 폐기까지는 갈수가 없다. 청와대의 ‘검은 머리 미국인’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로부터 내려받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 결과일 것이다.
이렇듯 정세는 치열하다. 특히 우리에 대한 일 군국주의의 경제공격과 미 전쟁세력이 가하는 여러 종류의 압박은 문재인 개혁정권을 황교안 적폐정권으로 교체할 것을 염두해둔 미국의 전략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 무슨 음모론이 아니다. 수많은 현실들에 그 단서들이 박혀있다. 지금의 동북아 정세를 대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그 어느 때 보다 냉철해야하고 특히 지혜로워야되는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아베 투쟁을 비롯해 지소미아 폐기 투쟁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투쟁 등 대중적 반미투쟁에서 우리가 가장 높이 추켜 들어 세울 게 있다. 반 외세 자주화투쟁 기치다. 자주를 움켜쥐어야하는 것이다. 특히, 튼튼히 쥐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의 기치를 튼튼히 쥐지 못하게 되면 사업에서 전략전술적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은 필연이다. 예컨대, 지소미아 폐기 투쟁을 하면서 투쟁의 과녁을 문재인 정부에게로 돌릴 수가 있다. 왜 자주적이지 못하게 폐기하지 못하냐면서 말이다. 현실을 간과한 것이고 많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필시, 투쟁전선을 교란시키려는 미국과 일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걸로 귀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을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수용과 결부시켜 비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한다. 현실이 그렇다.
자주는 이렇듯 복잡할 듯이 보이는 정세흐름을 꿰뚫어 주는 핵심 고리다. 자주의 기치를 제대로 움켜쥐면 북의 최근 무력훈련이 어떤 전략적 의미가 있는 지도 명확히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발상과 일본의 군국주의적 허욕을 밑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아작을 내려는 고도의 전략이 북의 무력훈련이다. 거대담론적 범주가 아니라 대단히 구체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 북 무력훈련은 북 인민군의 일상적인 군무력 강화활동이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대북적대정책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무력화하는 것이면서 종국적으로는 북이 일찍이 경고했던 이른바 ‘새로운 길’을 새롭게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나 사회과학자들이 즐겨 쓰곤 하던 반제평화전략이라는 어려운 말이 지금처럼 쉽게 들어온 적이 없다. 전략국가란 원래 그런 것일 게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서 ‘민족자주의 원칙’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그리도 중시 여겼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비밀이다.
자주.
두 글자라 쉬울 뿐만 아니라 선명하기도 하다. 우리 겨례의 수 천년 한은 물론 그것을 풀 수 있는 지혜가 빗껴 있는 말이 자주다. 지금 정세에서 생명이다. 즉, 미일외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비결을 내재하고 있다. 자주를 제대로 움켜쥐어야만이 미 전쟁세력과 일군국주의 세력이 만들어내고 있는 반동적 흐름들을 제압하고 남북 간 평화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평화 번영 통일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갈 수가 있다.
분명하다. 동북아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이때, 자주의 총구를 미일외세와 그를 따르는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등 적폐세력에게 정확히 겨눠야한다. 자주의 총구는 평화의 총구이자 정의의 총구이다. 군대 갖다온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총구에서 벗어난 총알은 총 주인에게 얼마나 순종적이고 목표 앞에 얼마나 정확한 지를.
때는 왔다. 자주의 총구로 미일외세를 이 참에 짓뭉개버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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