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격훈련이 갖는 의미 세 가지
<분석과 전망> 군무력 강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무력화 그리고 ‘새로운 길’ 상기
북이 최근 들어 네 차례에 걸쳐 미사일 혹은 방사포 발사 훈련을 했다. 북이 신형 전술유도탄 2발을 발사한 것은 지난 7월 25일이었다. 고도는 50km 사거리는 600km를 넘겼으며 연료는 고체연료였다.
미군당국은 아연실색했다. 고도가 주한미군의 사드와 PAC-3의 요격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였다. 하강하다 갑자기 튕겨져 오르는 풀업기동 기능까지 선 보여 미국의 전반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째로 무력화시켜버리는 것이라 그 아연실색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신속성을 보장하는 고체연료 미사일이라 더 그랬다.
북은 7월 31일엔 대구경조종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고도는 30km이며 사거리는 250km였다. 북은 이어 8월 2일에도 고도 22km 사거리 220km 짜리 대구경조종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미국의 경악은 계속됐다. 방사포 속도가 마하 6.9였기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포 종류가 마하 6.9 속도를 낸다는 건 상식적이지가 않다.
북은 마지막으로 8월 6일, 신형전술유도탄 2발을 발사했다. 고도는 37km 사거리는 450km였으며 속도 또한 마하 6.9였다. 어의상실이라는 말이 돌았다. 군에서 어의상실은 전의상실과 똑 같은 개념이다.
미사일이든 방사포든 다, 사격훈련이다. 그렇다면 북은 왜, 최근 들어 사격훈련에 집중하는 것일까?
7월 31일 대구경조종방사포 사격훈련에 대해 북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무력건설 포병 현대화 전략적 방침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지상군사작전의 주역을 맡게 될 신형 조종방사탄을 개발하고 첫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방사포사격훈련이 7차 당대회의 결정인 포병현대화 전략에 따르는 군무력 강화임을 확정해준다.
미사일이냐 방사포냐? 미군당국은 정보를 취합해 분석을 내놨지만 다 엇나갔다. 사실, 미사일도 방사포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북의 미사일.방사포 사격훈련은 포와 미사일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것이었다. 북은 새로운 개념의 신무기를 선보인 것이다. 결국, 현 시기 북의 사격훈련은 인민군의 군무력 강화라는 일상적 활동인 셈이다.
“최신무기 반입과 군사연습은 자멸적 행위다”
김정은 위원장이 7.25 미사일 발사훈련장에서 한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F-35A 등 첨단 전력 구입과 미국의 한미연합연습 실시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북은 6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선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군사적 적대행위들이 위험 계선에 이른 것과 관련하여 이를 준열히 단죄 규탄한다"고 했다. 이것들은 북의 사격훈련이 한국의 무기도입과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인 ‘19-2 동맹’훈련을 겨냥한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지난 5일부터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에 들어간 가운데 오는 11일부터 약 2주간 본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 훈련의 이름을 정하지 않기로 한 점이다. 북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북의 사격훈련은 이처럼 미국의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그 직접적인 타켓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
6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있는 내용이다. "우리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를 자극하고 위협하는 합동군사연습을 기어코 강행하는 저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고는 북은 그렇게 경고를 한 것이다. 이는 북의 이번 사격훈련이 미국에 대해 새로운 길을 염두해두고 내놓은 고도의 전술임을 확증해준다.
북은 대북제재 문제를 비핵화와 연동시켰던 전술을 폐기하고 비핵화에 안전보장 문제를 연계시키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북이 비핵화에 안전보장 문제 대신에 그 보다 한껏 아래 수준인 경제제재를 결부시켰던 것은 미국의 정치지형은 물론 한국의 정치지형 그리고 한미관계의 본질을 손금 보듯 장악한데 기초해 내놓은 극히 현실적인 조처였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의 아량이었던 경제제재 해제문제를 받지 못했다. 계산법이 잘못되어서였다. 하는 수 없이 북은 비핵화에 연계시켰던 대북제재 문제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안전보장문제를 집어넣은 것이다. 정상적인 방식이다. 현시기 미사일.방사포 시험사격 국면이 갖고 있는 정세적 본질이 이것이다. ‘새로운 길’로 진입할 수 있는 태세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북이 사격훈련을 통해 미국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볼 것도 없다. 너무나도 또렷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면서도 이름을 못 붙힐 정도로 북 비위를 맞춘다고 방도가 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북의 사격훈련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분쟁의 일환일 뿐 미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9.19군사합의 위반 아니라고 하는 것으로 열릴 수 있는 방도는 없다. 미 군산복합체 등 전쟁세력들이 일본 군국주의 세력과 결탁해 한국에 경제공격을 가해 한국의 경제위기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것 역시 과거와 달리 특별한 방도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펼치고 있는 반아베투쟁은 이전의 반일감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기초하는 굳건한 반일전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경제로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단순한 정치수사가 아닌 이유다. 국민들의 반일전선과 문재인 정부의 반일태세는 이후 북미대결전 정세가 열어줄 민족적 승리 전망과 결부시키지 않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다.
미국에 요구되는 것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현실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나 중국의 최신형 방사포를 능가하는 북의 신형무기들이다. 그것들은 레이더를 피한 저고도로 그리고 최고의 속도로 날아간다. 그리고 광학 유도 장치를 이용해 항로를 미세 조정해 지상을 향해 하강해서는 지상의 목표물을 탐지한 뒤 역학을 이용해 튕겨 올라 수평 비행을 하다가 그 목표에로 내리 꽂혀버린다. 그 목표물이 무엇이란 것은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소상히 알려준다. 주한미군기지다. 주한미군의 미사일 발사대와 공군 기지 등이며 주한미군이 들어올 항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미 군사전문가들이 특별히, 주목하는 것이 정확도이다. 북의 미사일과 방사포가 미 군사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정확도는 미군기지만 초토화할 뿐 주변에 있을 한국민들의 시설엔 창문 하나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의 신형무기에서 전쟁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평화를 읽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북의 신형무기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경제'를 담보해주는 '평화무기'라는 말이 도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제, 너무 선명해져 있다. 다른 게 있을 수가 없다. 미국이 해야할 것은 계산법을 바꾸는 일이다.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그 출발이다. 그에 기초해 핵동결을 비핵화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삼고 당장엔 평화협정, 장차로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구상을 준비하면 된다. 당위를 떠나 가장 현실적이고 올바른 계산법이다. 그 계산법을 세우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고 있는 재선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미국을 위해 세울 수 있는 계산법은 그 이외에 어떤 양태로든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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