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과 트럼프의 친서정치
<분석과전망>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취하고 있는 전반 태세가 사뭍 흥미롭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돌파구를 무엇으로 어떻게 열게 될 것인지를 엿보게 해준다.
“우리의 목표는 미국을 향해 어디서든 어느 때든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워싱턴DC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열린 ‘미사일 방어 전략’ 발표 행사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국방부는 '2019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시스템은 미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북과 ‘평화로운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선명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려는 성과물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해준다. 북 ICBM 위협 제거다. 김영철 북 통일전선부장이 미 국적 항공기를 타고 워싱턴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는 그렇듯 북 ICBM이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올 수 있음을 강조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ICBM 위협을 없애달라고 주문을 한 것이다.
북 ICBM 위협 제거는 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조만간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브래드 셔먼 의원이 18일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에 제한된 양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것이 비핵화보다 현실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셔먼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덧붙혔다.
비핵화보다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이 더 현실적이라는 셔먼 의원의 주장은 비록 주장이기는 하지만 대단히 놀랍다. 미국이 북핵정책에서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로 교체한 것 이상으로 획기적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11월 ‘핵리스트 제출 요구’를 잠정 폐기한다고 했던 것에 비견할 만도 하다.
트럼프 정부가 북 ICBM 위협 제거를 들고 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 안보우선주의에 입각해 있다. 셔먼 의원이 지적하고 있는 대로 매우 현실적인 태세이기도 하다. 특히 미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한다. 미 국민들은 2년 전 북이 핵미사일 능력고도화를 최고 높은 수준에서 최 단 기간에 초 집중적으로 전개했을 때 경험했던 공포와 고통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북이 제 아무리 비핵화 초기조치를 내놓는다하더라도 북핵을 당장에는 없앨 수 없는 조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태세로 북 ICBM의 위협 제거만큼 현실적으로 최선인 것은 없다.
관건은 결정 후 실행 여부다. 북과는 상관없이 미국 내에서 제기될 문제다. 미국 내에는 북이 핵폐기를 할 때까지 대북적대정책을 유지해야한다는 흐름이 여전히 크게 존재하고 있다. 북이 북 ICBM의 위협 제거를 댓가로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지만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강경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친서정치다. CNN 15일 방송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북에 또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에서 친서를 얼마나 중시 여기는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받을 때마다 아이처럼 좋아했다. ‘굉장한’. ‘아름다운’, ‘멋있는’, ‘놀라운’ 등 등 온갖 형용사를 다 동원해 찬사를 했다. 트윗에 친서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심지어 일본 아베 총리와 만났을 때는 직접 꺼내 자랑까지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표현했듯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들뜬 사춘기 소년으로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여년이 넘는 북미핵대결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대통령이 참모들에 휘둘렸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리가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 참모는 대통령의 정책과 노선이 집행되는 수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반하는 미국 내 여러 권력집단의 이해와 요구가 관철되는 통로이기도 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맞닥뜨린 가장 큰 현실은 북이 ICBM을 가진 핵보유국이라는 점이었다. 처음엔 그 현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북이 ‘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는 것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180도 바꾼다. 북이 ICBM을 가진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적인 6.12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합의에는 동의하면서도 북이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북적대 지속을 의미한다. 그 맨 앞에 펜스 부통령과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있다. 그들은 반북기조를 강경에서 유화로 바꿨을 뿐 6.12북미공동성명의 성과적 진전을 가로막았다.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로 이 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없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온 것이 친서정치였다. 참모들의 반북적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의 친서정치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찬양하고 또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은 이처럼 미국 내의 정치지형을 고려해 구사하고 있는 고도의 정치행위인 것이다.
트럼프 친서정치는 북미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톱 다운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북미대결전의 전략적 사안들을 참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전략적 판단대로 톱 다운 방식으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6.12북미정상회담 탁에서 종전선언을 구두로 약속하고 그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장은 아니어도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리고 올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1차 북미정상회담 때 톱 다운 실행주체는 마이크 폼페오 장관의 국무부였다. 지금에 와서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이번 김영철 북 통일전선 부장의 방미를 주도한 곳은 국무부가 아니라 중앙정보국(CIA)이다. 국무부가 김영철 북 통일전선부장의 방미가 예고되는 동안 이전과는 다르게 그 어떤 반응도 내보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톱 다운 실행 주체가 국무부에 이어 CIA로 더 탄탄히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현시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돌파구를 열어내기 위해 북 ICBM 위협 제거를 중심내용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를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친서정치에 기반한 톱다운 방식에 한 층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북 ICBM 위협 제거를 내용으로 하고 친서정치를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이 어떤 구체적 성과를 내올 지는 곧 확인될 것이다. 북 ICBM의 위협 제거 그리고 미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놓고 담판이 이루어지게 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잔뜩 기대하며 기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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