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 일반 원리와 높은 북핵 수준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트럼프
<분석과 전망> 한반도 비핵화의 경로와 방향
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재의 북미대결전은 북이 4.27판문점 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에 적시한 한반도 비핵화가 어떤 경로를 거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매우 선명하게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를 담지 않았다. CVID는 ‘반트럼프 진영’의 중심인 미 주류세력들이 북미정상회담 전 가장 많은 공을 들여 띄워낸 정치적 개념이었다. 북미대결전에서 미국의 반북세력들이 완결적으로 만들어낸 대북정치공세기제였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끝나자 미 주류세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앞 다퉈 강도 높게 그리고 줄기차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반발은 전직 고위관리 등 한 둘이 아니었고 그런 정치계는 물론 북핵문제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뛴 전문가그룹 그리고 언론계 등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잠잠하다 싶었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도 반트럼프 진영에 기꺼이 들어섰다. 케리 전 장관은 28일 콜로라도에서 열린 강연 행사에서 북미공동성명을 '최약체 합의'라고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사찰단의 진입과 검증, 미사일 등에 대한 어떤 합의도 얻어내지 못한 채 만나기만 했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 있지 않았다. 반트럼프 진영의 반발에 대해 일일이 역공을 폈다. 물론,역공이 목표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와 장소만 주어지면 북미정상회담은 대성공이라며 적극 선전했다. 미국 내에 벌어지는 희한한 정치풍경이다.
CVID가 북미공동성명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사실,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북이 그 무슨 패전국으로서 미국과 협상을 한 것이었다면 물론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북미공동성명에 CVID의 자리가 없을 것은 일찍이 예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있기 2주 전 이미, 북핵문제는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서 한 이야기다. 비핵화를 '칠면조 요리'에 빗대 설명한 것이었다. 비핵화에 대해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들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일종의 쐐기를 박은 것이다. 미군산 복합체와 네오콘 세력의 잔존세력으로 구성된 미 주류정치세력 그리고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미 주류언론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을 하고 결정적 한 방을 날린 셈이다.
이 역시 뜬금없는 것이 아니다. 익히 예고했던 것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입을 통해서였다. 폼페오 장관은 최근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주요 비핵화 성과를 내겠다며 정상회담 직후 '2020년말 데드라인'을 제시했던 자신의 구상을 폼페오 장관 스스로가 거둬들인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전에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고 한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으로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인 것이라면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의 공정이 장기적인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된다. 극히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다. 핵이 갖고 있는 일반원리와 북핵이 도달해있는 높은 핵수준 그리고 북미대결전의 본질적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판단인 것이다.
북은 4.27남북정상회담과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북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사실이며 누구 눈 앞에든 펼쳐져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북핵 관련해 분명한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북이 당장에는 핵 폐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의 의지나 그리고 미국의 의지와 상관이 없는 일이다. 핵이 갖고 있는 일반 원리 특히 북이 도달한 높은 핵 수준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다. 북미정상회담 전에 미 주류세력들이 CVID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6.12북미공동성명에 CVID가 자리를 갖지 못하고 대신 한반도 비핵화가 들어선 결정적 이유가 이것이다.
북핵 관련, 또 하나의 사실은 미국을 위시한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공식 핵강국들이 북핵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강국들이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핵을 기준으로 짜여진 국제질서는 일거에 무너지고 새롭게 재편돼야한다. 예컨대, 핵강국으로 구성된 유엔상임이사국의 구성체계가 당장 바꿔져야한다.
북핵 관련한 이 두 가지 사실이 확정해주는 것이 있다. 북이 비공식 핵보유국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단순한 것이 아니다. 매우 중요한 현실이다. 이는 지금 핵을 놓고 벌이는 북미대결전이 세계 최강 공식적 핵강국 미국과 비공식적 핵보유국 북이 벌이는 대결전임을 확정해준다.
북이 비공식 핵보유국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의 경로와 방향을 확정해준다. 한반도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했듯 첫째, 해법은 단계적 해법이며 둘째, 공정은 20년도 넘는 긴 시간이 요구되는 장기적 공정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2009년 5월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버럭 오바마가 주창했던 세계비핵화에로 그 방향을 갖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2016년 5월에 열렸던 북 조선노동당 제7차당대회의 결정서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 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라고 돼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5대핵강국들이 자신들의 핵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침묵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핵이 갖고 있는 일반 원리와 북핵의 높은 발전 수준 그리고 북미대결전의 성격에 따라 세계비핵화를 그 방향으로 할 수 밖에 없다. 필연이다. 그 필연에 북이 내세우고 있는 세계전략인 ‘세계의 자주화’가 있다는 것도 현 정세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유념해야할 전략적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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