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브룩스
<분석과 전망> 흔들리는 한미동맹 부각하는 주한미군 철수
“칼집에 칼을 넣고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무사가 한 이야기다. 별 네 개짜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그 무사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한미동맹재단 주최로 진행된 '제2회 한미동맹포럼'에서다.
브룩스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대해 “우리에게 하달된 명령”이라면서 “우리는 군사적 차원에서 지침을 받들어 수행하면 된다”라며 우선, 군인답게 깔끔히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허탈해 하는 용사들이 많다는 것을 의식이라도 한 것일까? 그는 모든 훈련 연습을 중단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때로는 로키(low-key)를 유지하고 조용하게 연습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다”는 말도 덧붙혔다. 발제를 듣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보내는 위로처럼 보였다.
‘칼’ 이야기는 그때 쯤 나왔다. "굉장히 뾰족하게 연마된 칼을 전문가가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우리가 가진 능력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칼을 칼집에 넣고 칼을 쓰는 법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칼집에 칼을 넣는다는 것만큼 무사에게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런데 그가 칼을 휘둘렀던 ‘적’인 북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압박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기는 했지만 잘 이해가 안되었다. 북이 미사일이나 핵무기 관련 체계를 자체 폐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으며 또 재래식 전력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 이어 전방에 전개한 전력을 철수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칼을 칼집에 넣지 않아야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가 힘주어 한 이야기는 주한미군 철수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 의회도,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고 검토하는 중도 아니다"고 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한미가 현재로서는 관심을 가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애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서 그 어떤 의심이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 합리적으로 키울 수 있을 불안을 눅잦혀 보자는 심사가 읽혔다.
어쩌면 자신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었다. 미국은 물론 중국 등 많은 곳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부각하고 있는 것은 모를 리 없는 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27일 사설에서 동북아 지역 안보와 관련해 "중국이 주도하고 발전시킨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한국내 미군 철수, 한반도 통일, 일본의 관심사인 납치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해 주한미군철수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 남은 인생이 얼마나 긴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 날이 언젠인가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
그가 갑작스럽게 싶게 한 이야기다. 무사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감성적인 것이었다. 그는 그리고는 "한미동맹의 마지막을 미리 선택해놓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사실, 비장감이 일었다. 그는 급기야 “의심과 공포를 이겨내고 합리적인 리스크를 감수해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말미에 꺼냈다. 비장감의 정점이었다.
이해가 되었다. 칼집에 칼을 넣고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무사에게 ‘의심과 공포’를 감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 한미동맹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머지 않아 현안으로 부각될 것임을 반영하는 중요한 정세 지점이다. 브룩스가 말한 ‘지금까지 걸어오지 못한 방향’에 대해 주목할 사람들은 한국민중들이다. 흔들리는 한미동맹 그리고 부각될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책임있게 맡아야되는 것은 70여년 넘게 주한미군을 허용해 살아오고 있는 한국민중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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