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길며 이행은 복잡하지만 선언은 짧고 합의는 간단하다
<분석과전망> 5월 조미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5월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관련해서만 맛보기처럼 슬쩍 보여주고 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을 통해서다.
‘CVID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CVID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다’
애덤스 대변인은 2일 VOA에 그렇게 말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설정한 목표가 무엇이고 그리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엿보게 해준다.
핵은 노출되지 않는다. 북핵은 더욱 그렇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70여년 간의 치열한 북미대결전에서 개발돼서다. 핵물질, 소형핵무기, 이동 가능한 ICBM 같은 미사일 그리고 다양한 핵시설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철저하고 투명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북을 침공해 점령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일이다.
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인 CVID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어떤 경우에도 옳은 것임을 의미해준다. 애덤스 대변인 발언은 그런 점에서 CVID를 협상탁에 올리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는 협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미정상회담에 통째로 올려 선언할 내용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CVID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애덤스 대변인의 말은 미국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기 위해 설정한 방도가 조미정상회담까지의 대북제재 지속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유엔주재 미국대표부가 유엔 안보리를 통해 지난 달 30일 북 관련 선박회사와 선박 등 49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해서는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해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온갖 전망과 예상을 왁자지껄하게 내놓는 건 몇몇 전문가들의 몫이다. 헛소리 같은 정치공세도 없지 않지만 묶어보면 체계와 질서가 나름 정연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즉각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의 주장이다. 정치적 주장이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주장이다. 6번이나 핵시험을 하고 미 본토에 탄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한 북핵 현실에 부합한 것이다. 비밀스러운 군무력이라는 핵 원리에도 잘 부합한다. 미국 내 관제전문가를 제외한 합리적인 많은 전문가들이 일치되게 내놓고 있는 입장이다. 제임스 도빈스 전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핵동결을 북핵 해법으로 내놓는 것도 같은 궤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가 단계적인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음을 확정해준다. 그런 점에서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의 견해는 꽤나 주목된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최근 언론에 “미국이 복잡하고 장기화될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묻고 협상 기간에 대해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라고 특정한다. 매우 타당하다.
그 장기적인 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하게도 별 관심이 없다. 당장 손에 잡히는 성과만 중요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만의 특성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자본주의 국가 대통령들 특히 미국의 대통령들은 자기 나라의 ‘역사적 책무’는 등한시하고 다만 자신의 권력유지와 운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재선의 발판을 다지면 된다.
“현실적으로 2~3년이면 충분하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최근 언론에 한 이야기다. 북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 생산 시설들, 보유한 핵 물질의 양을 공개하고 여기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밟는 기간을 그렇게 제시했다.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20여 차례 방북까지 했던 인사다. 현실적이고 실물적인 견해다. 일부 핵시설 공개와 일정한 검증은 북에서도 못 할 것이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북의 일부 핵 시설 공개와 일정 검증 의지를 확인하고 이에 기반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게 될 것이다.
조미정상회담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미러중북 등 세계 4대핵강국들의 핵전문가들은 세계핵군축회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비핵화의 현실적 경로다. 세계비핵화를 방향으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길고 길 협상과 복잡할 이행의 로드맵은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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