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1 [시] 절임배추 절임배추 권말선 우리 공장에 절임배추는 없어요 만 있어요 국물 적당히 머금은 김치볶음 보기만 해도 군침 돌지요 아침부터 쏟아지는 조장 언니 목소리 “왜 이렇게 일머리가 없냐, 빨리빨리 해라, 거기서 뭘 하고 있냐!” 등 뒤에서도 눈앞에서도 호통이 날아올 땐 시나브로 지친 마음 그만 절임배추가 되지요 우리 공장에 절임배추는 취급 안 해요 묵은지처럼 알맞게 잘 익은 노동자가 되려면 호통도 견뎌가며 나날이 배우고 익혀야 해요 절임배추는 온갖 양념에 묻혀 인내의 시간에 묻혀 자기를 다 녹이고 나서야 비로소 묵은지가 되니까요 우리 공장에 절임배추 하나 김치가 되려 묵은지 되려 이제 막 버무려지고 있어요 2022. 6.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