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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통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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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3

[시] 꽃과 고기 꽃과 고기 권말선 ⁃ 야, 너 간다고 뭘 잔뜩 챙겨줬구나! ⁃ 보자, 뭔가? 꽃이랑 고기야? 어이구, 나물도 잔뜩이네! ⁃ 뭐야, 환송회 선물이 꽃과 고기야? ⁃ 환송은 무슨, 또 봐야지. ⁃ 그럼, 또 봐야지! 그럼요, 또 봐야죠 남겨둔 이야기가 한참인데요 청하 몇 잔 드셨다구 오늘은 아드님 자랑도 다 해주시고 네, 덕분에 저도 맥주 몇 잔 마시고 딸아들 자랑 슬쩍 했네요 사람 이야기, 일 이야기 맥심커피와 결명자차 얘기랑 시골 할머니들의 담배와 만병통치약 얘기며 보성 밀밭이랑 해수찜질 얘기도 갈볕에 남새 말리듯 펼쳐뒀으니 꼬들꼬들 마르기 전 얼른 다음 수다 풀어널고 그 끝에서 폭죽처럼 터질 우리 언니들 웃음 또 봐야죠 꽃과 나물과 고기가 맛있는 저녁과 커피가 어디 환송선물인가요 다독여주시는 언니들 정.. 2021. 7. 4.
[시]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권말선 온라인 장터 에서 황선숙 언니의 겨울시금치 1kg을 샀다 들에서 캔 냉이처럼 긴 뿌리를 가진, 뿌리채 내게로 온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꿀을 머금은 사과꽃잎처럼 잠든 아가의 날숨처럼 세상에나, 곱기도 하지 뿌리는 발그레한 분홍색이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한 통의 편지 같은 시금치의 겨울 이야기가 분홍 뿌리에, 황토 사이에 묻어있다 긴 겨울 개쑥갓, 비름, 까마중 틈에서 더러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흰서리발에 까무룩해지기도 하고 종일 찬바람에 떨기도 하며 얼었다 녹았다 또 얼었다를 묵묵히 견뎌내다 보니 그만 발그레해졌단다 가을의 씨뿌림부터 겨울의 거둠까지 몇 달의 시간이 고스란히 한 접시 정겨운 찬으로 식탁에 놓였다 한다 뿌리가 주는 아삭한 식감과 단맛은 제게는 겨울을 이겨낸 훈장.. 2021. 2. 23.
우리는 여성농민 우리는 여성농민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26주년을 축하하며 권말선 사람들은 우리더러 농사꾼의 아낙 시골 아줌마라 부르지만 우리 이름은 ‘여성농민’ 스물 갓 넘어 시집 와 이십 년 넘게 농사지으며 땅 한 뼘 씨앗 한 톨에 애지중지 사랑을 쏟아 부었지 바람과 햇볕이 함께 돌봐주고 땀과 눈물로 키워 온 농사 FTA에 빼앗기고 TPP에 휘청대도 우리는 싸우고 싸우며 지켜냈어 보아라, 이 땅이 어떤 땅인가 우리 할머니 어머니 까매진 얼굴로 일제 지주놈들에게, 자본가들에게 피눈물로 지켜 낸 땅이거든 우리 자식들 크면 물려주고 젊은 사람들 모아 노나주고 아가들 웃음소리 뛰노는 소리 동네마다 골골마다 채워진다면 우리가 참 주인 되는 날, 머잖은 그 날을 볼 수 있을 거야 땅이 하늘이고 우리가 하늘인 그 날을 볼 수.. 2015.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