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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삼거리2

[시] 목련 전설 목련 전설 권말선 만세의 그날 아침 삼거리는 어느새 흰옷 입은 사람들 상기된 목소리로 왁자하고 마당을 나서다 말고  가야 한다, 너희를 위해서도 꼭…  뒤돌아보며 입술 깨무셨지 버선목마저 새하얗던 어머니는 만세의 그날 이후 시내까지 내달렸던 사람들 사방에서 날뛰는 제국의 총탄에 더러 숨고 더러는 후륵 쓰러질 때 지척에 두고 마을 초입에서 그만 다리만 건너면 바로 삼거리인데 그만 어머니도 만세의 그날 지나 먼 먼 날 잊음을 잊은 이들은 하나 둘 풀 꽃 나무로 화하시어 저기 다리 밖 마을 초입엔 찔레 조팝 망초 흰옷 입은 그 님들이 여적지 만세만세 팔 흔드시고 학교와 정류장 사이 좁은 길가엔 들고나는 버스 손님 유심히 살피며 목련 셋이 나란히 마중 나와 서 있지 해 지기 전 오리라 하셨던 어머니니 만세가 온.. 2024. 4. 29.
[시] 송전삼거리 송전삼거리 권말선 뽀얀 새벽안개 종종 걸음으로 걷어내야 비로소 아침이 열리는 작은 동네 자그만 삼거리 예닐곱 걸음이면 끝나는 횡단보도 숱한 걸음에 닳고 닳아 맨질맨질하다 100년 전에는 3.1의 만세소리 독립의 발걸음 쏟아졌다던 곳 지금은 오산, 안성, 용인으로 서울, 분당, 수원으로 아침엔 쫓기듯 떠나고 저녁엔 말없이 모여드는 곳 다방 꽃집 식당 미용실 사진관 때로 간판이 바뀌기도 하며 서로 옹기종기 기대 앉은 느리고 조용하고 야트막한 삼거리 지금은 저리 한갖지게 차들이 더듬이를 켜고 이리저리 굴러가는대로 고요히 누워 흐르지만 언젠간 떠나는 발걸음보다 찾아오는 발걸음 지나가는 발걸음보다 머무는 발걸음 더 많아지겠지 3.1의 만세보다 더 우렁찬 해방세상 만세소리 왕왕 울려퍼지는 날 오겠지 송전삼거리 2021.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