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1 [시]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권말선 온라인 장터 에서 황선숙 언니의 겨울시금치 1kg을 샀다 들에서 캔 냉이처럼 긴 뿌리를 가진, 뿌리채 내게로 온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꿀을 머금은 사과꽃잎처럼 잠든 아가의 날숨처럼 세상에나, 곱기도 하지 뿌리는 발그레한 분홍색이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한 통의 편지 같은 시금치의 겨울 이야기가 분홍 뿌리에, 황토 사이에 묻어있다 긴 겨울 개쑥갓, 비름, 까마중 틈에서 더러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흰서리발에 까무룩해지기도 하고 종일 찬바람에 떨기도 하며 얼었다 녹았다 또 얼었다를 묵묵히 견뎌내다 보니 그만 발그레해졌단다 가을의 씨뿌림부터 겨울의 거둠까지 몇 달의 시간이 고스란히 한 접시 정겨운 찬으로 식탁에 놓였다 한다 뿌리가 주는 아삭한 식감과 단맛은 제게는 겨울을 이겨낸 훈장.. 2021. 2.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