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하여
권말선
1.
그대 눈물을 닦아 줄
성숙을 위하여
이별을 기뻐하자
슬픔이나 고독은 이미
이별 이전에도 함께 있었던
사랑의 친구가 아니었던가
창틈으로 새어드는 차가운 바람
그보다 몇 배 시린 아픔이라야
이별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으리
오늘이 우리 생애의 끝이 아니라면
어둠에 주저앉아 울지 말고
희망을 안고 일어나 걸어야하리
단 한순간 만이라도
친구여, 그대 사랑이
정열에 불타올랐었다면,
그의 눈빛에 휘감기는 그대 영혼의 떨림
그것이 있었다면
더 이상의 미련은 남기지 않아도 좋으리
2.
이별은 슬며시 곁으로 와서
먼나라로 가자고 손을 이끄네
이별이 내게로 와서
먼나라로 가자고 손을 잡는데
무어 그리 고마운 일이라고
슬며시 손 잡은 이별을
덥석 안았네
사랑하는 순간부터
헤어짐을 기다렸네
3.
사랑의 끝은 이별입니까?
당신도 떠나고 나도 떠난 자리에
꽃씨가 날아와
누구도 이름모를 꽃이 피면 좋겠어요.
나비와 벌이 날아들고
꽃이 꽃을 피우고 무성한 꽃밭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헤어진 이 자리는
이별이 아닌 생명의 터가 되겠지요.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내 가슴에서 꽃으로 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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