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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나의 스무 살은

by 전선에서 2014. 6. 27.




나의 스무 살은

 

          권말선


 

생각해보면

그 푸른 시절에

나는 미래를 위한

야무진 꿈 하나 없었던 듯싶다.

그저 하루하루

최신가요, 추억의 팝송에 묻혀

낮엔 공순이로

미싱을 돌리거나

가위질을 했고

밤엔 실업계고등학교

졸며 공부하고

바느질, 자수, 뜨개질을 배운

기억뿐이다.

 

첫사랑의 환상과

친구들과의 수다만

유일한 기쁨이었던 것 같다.

나의 스무 살은

 

누가 내게

노동의 가치도

노동자의 권리도

노동의 신성함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나는 자연히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았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벌었고

암울한 미래가 불안해

돈을 모았고

가난이 몸서리치게 싫어

돈을 아꼈다.

돈이 전부였던가,

나의 스무 살은

 

늘 고향이 그리웠고

늘 엄마가 그리웠고

늘 다정한 언니들 그리웠던

내 스무 살,

생각하니 안쓰러워

그 시절 나를 찾아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공순이였고

학생이었고

순진한 시골소녀였고

세상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나의 스무 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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