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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나이

by 전선에서 2014. 9. 3.





나이


           권말선



기억이 맴맴 돌아 날 듯 날 듯 나지 않을 때
집중력이 오래 가지 않아 읽다가 딴 생각에 산만해 질 때
자꾸만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


너를 탓한다


술 마시면 졸릴 때
술 보다 잠이 좋을 때


네 핑계를 댄다


울퉁불퉁 살이 삐져나온 걸 확인할 때도
역시나...


부끄럽구나,
너 없으면 어쩔 뻔 했냐


예전엔 네가 많아지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지혜도 쌓이길 바라는 
여유를 갖게 되는구나


좋은 것들은 잘 보듬어 키우고
나쁜 것들은 휘 휘 버려가며 
더 따뜻한 사람으로 
먹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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