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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대한민국은 지금, 팽목항

by 전선에서 2014. 7. 15.






대한민국은 지금, 팽목항



        권말선



100일 다 되도록
<세월호> 가라앉은
바다만 바라보며
기다림도
그리움도
눈물로 삭여야 하는
진도, 팽목항

‘이게 나라냐’
‘정부는 살인마!‘
‘아이들을 살려내라’
절박한 심정으로
외치며 걷던 한밤중의
진도대교는
또 하나의 팽목항

생때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고통의 십자가 등에 지고

곡기마저도 끊은 채 

대통령의 대답을 요구하는

광화문, 국회 앞도

팽목항


왜 가라앉게 두었는가!

왜 구하지 않았는가!

왜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가!


4.16 수학여행 악몽
달래지 못한 어린 학생들
친구 잃은 이유 알고 싶어
단식 중인 부모님 응원하려
수업 끝나고 1박2일
안산에서 국회까지
걷고 또 걷는 그 길, 전부
팽목항

돈으로 하는 보상 아닌
참사의 진실 밝히라고,
그 누가 됐든 책임 있는 사람
확실히 책임 묻자고,
다시는 이런 일 없는
안전한 나라 만들자고,
천만인의 힘 모으려
서명 받고
서명 하고
서명 권하며
같은 마음을 모으는
대한민국은 지금
전부 팽목항

이대로는 못 살지
내 아이를 잃었는데
내 가족을 잃었는데
내 이웃을 잃었는데
이대로는 못 살지

왜 잃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그냥 이렇게는 못 살지

팽목항 눈물 다 닦으려면
100일로는 모자라,
1년, 2년, 10년이면 될까

책임 없노라고 한사코 발뺌하는
청와대 카멜레온부터
막말 쏟아내는 미개한
국회의원, 공무원들,
조작글 퍼트리는 사람들까지
진심으로 참회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이대로는 답 없지
<세월호> 참사 앞에
망국의 민낯 드러낸 대한민국
제대로 된 나라 만들려면
1년, 2년, 10년...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정의를 잃고
진실을 잃고
소중한 생명 잃고 난 후에
진실을 찾고
정의를 찾고
사람 사는 세상 위해
울부짖는 우리는
<세월호>에 아이들 잃은
반짝이는 희망을 잃은
모두가 유가족,
지켜주지 못해
아파하고
사죄하고
분노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온 나라가 팽목항

아파도
아파할 수만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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