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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육지에도 바닷바람 분다

by 전선에서 2014. 6. 10.

육지에도 바닷바람 분다

 

             권말선

 

그 날 이후,

육지에서도

바닷바람이 불었다

 

진도 팽목항에서

잉잉 부대끼던 바람은

울며 울며

육지로 올라왔다  

 

한 명 한 명 사연이

바다에서 건져질 때마다

바람은 또

통곡하며 몸부림쳤다

통곡하며 등을 때렸다

통곡하며 ​가슴을 쳤다

 

가슴에 노란 희망을 달고

남은 이들이여살아서

아니 주검으로라도

돌아오라, 꼭 돌아오시라

소원했다

초를 들고 허공에

그 이름을 불렀다

바람을 불렀다

 

울먹이며 흩어진 이름들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날 이후

육지에서도 바닷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잉잉 소리 내어 울었다

울며 등을 밀었다

 

몸서리치며 우는

바람을 달래려

어떤 이는 거리로

어떤 이는 바다로 달려갔지만

아직 그 바람

달랠 길 없다 

 

아, 달랠 길이 없다

그저 잉잉 같이 울 뿐이다

바다에서 울다 지쳐 육지로 달려온

그대를 안고

그대를 업고

그대가 되어​

우리도

그저 같이 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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