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왜, 제재해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일까?
<분석과 전망>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세 가지 자주전략
새로운 북미협상 전략, 제재 무력화 전략, 핵군축 전략
“적대세력들의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그렇게 천명했습니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이 전략국가로서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해줍니다.
1.새로운 북미협상 전략-‘영변 핵기지 폐기’ 대 ‘평화협정 체결’로
북은 그동안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었습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폐기를 했으며 그리고 영변 핵기지 폐기 용의까지 밝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입니다.
북이 북핵의 심장인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는 것과 미국이 제재 일부 해제 즉, 완화를 하는 것은 등치되어도 좋을 정도로 정치적 값이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핵이 갖고 있는 일반원리를 봐도 북이 도달한 핵 발전 수준을 봐도 영변 핵기지 폐기는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가 갖고 있는 정치적 값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북의 엄청난 양보입니다. 6.12북미공동성명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핵강국으로서 전략국가로서 내린 전략적 결단이자 대용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은 북의 ‘영변 핵기지 폐기’ 대 ‘대북제재 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협상구도를 ‘제재 해제’ 대 ‘핵 및 WMD 제거’로 짜 들이밀고 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확인해줍니다. 지난 13일 트윗으로 ‘핵무기와 제재 제거’를 언급한 것입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15일 텍사스 A&M대학 강연에서 북의 핵무기 프로그램 및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제재 해제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북의 전략적 양보를 강도처럼 난폭하게 짓밟은 행태들입니다.
영변 핵기지 폐기에 조응할 미국의 상응조치가 대북제재 완화가 아닌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북으로서는 협상구도를 새로 짤 수 밖에 없습니다. 북이 짤 협상의 새로운 구도가 어떤 것일지 짐작해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북 리용호 외무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구두로 종전선언을 약속했었습니다. 종전선언은 그 자체로는 정치군사적 완결성을 갖지 못합니다.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구체적으로는 평화협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 종전선언입니다.
이것들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끝까지 고수한다면 북이 대북제재 해제라는 경제적 문제에서 정치·군사 문제로 옮겨 가 협상구도를 새로 짤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재해제 문제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이동입니다.
북은 핵미사일 시험 중단 그리고 영변 핵기지 폐기를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다. 그것들이 장기적 전략과제인 한반도 비핵화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이기 때문입니다. 북이 새롭게 짤 북미협상구도는 이처럼 ‘영변 핵기지 폐기’ 대 ‘평화협정 체결’이 될 수 있습니다. 북이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결국, 영변 핵기지 폐기 카드를 제재해제가 아닌 평화협정 체결에 맞추겠다는 것을 예고해줍니다. 협상구도를 새로 짜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2.제재 무력화 전략-자립경제 노선과 사회주의 연대 강화로
북이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다음으로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과 사회주의연대 강화로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을 예고해줍니다.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대미협상탁에 영변 핵기지 폐기에 조응시켜 올렸던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협상탁에서 끌어내려와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의 투쟁대상으로 위치시켰음을 보여줍니다. 특별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북이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물론 사회주의 정치영역에서도 취하는 기본인 것입니다.
미 대북제재는 국제적 성격을 갖는 세계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은 4월 말이면 북러정상회담을 하게 됩니다. 북러정상회담은 네 번에 걸친 북중정상회담 그리고 쿠바와 베트남과의 친선강화 등과 더불어 북의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제기되는 기본요구입니다. 사회주의 연대 강화로 정식화 돼 있습니다.
북의 사회주의 연대 강화는 현시기 북미대결전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세계 모든 평화애호역량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북의 사회주의 연대 강화는 미국 내 제국주의 반북대결세력 즉, 반평화 세력을 겨냥하게 됩니다. 당장에는 유엔을 통한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곧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 중에 하나가 이것입니다.
북은 이처럼 이후 자립경제 노선을 기본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 연대 강화를 통해 미국의 전반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입니다.
3.핵군축 전략-한반도 비핵화에서 세계비핵화로
북이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다음으로 핵군축 전략을 예고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협상탁에서 핵 폐기는 물론 ICBM 폐기 심지어는 WMD 폐기까지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요구들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 제기되는 한반도 비핵화 범주를 뛰어넘는 것들입니다. 미국의 요구를 두고 북이 ‘미국의 계산법’ 그리고 ‘강도 같다’고 한 이유입니다. 미국의 요구는 모두 다 세계 핵군축을 구성하는 내용들입니다. 미국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북미협상구도가 핵군축으로 전환되어야합니다. 핵군축은 북의 기본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북은 인공위성 발사를 비롯해 새로운 핵전력 강화에 돌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핵강국 북이 진행하는 일상활동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세를 전혀 새로운 북미대결국면으로 바꿔내는 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의 실체가 이것일 것으로 보입니다.
북은 핵군축에로 무턱대고 돌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계기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미국이 북이 새롭게 짜 내놓게 될 ‘영변 핵기지 폐기’ 대 ‘평화협정’이라는 협상구도를 받지 않는 것이 그 계기입니다. 그럴 경우 북은 미국이 요구하는 ICBM 폐기를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영변 핵기지 폐기와 결부시켜서는 세계적 핵군축 협상의 시작을 떼게 될 것입니다.
북은 시한까지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시점까지도 특정할 수가 있습니다. 북은 내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 핵강국들을 향해 핵군축 협상을 제안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북이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이처럼 이후 미국이 북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북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 3차 북미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핵군축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음을 예고해주고 있습니다.
북의 핵군축 전략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문제로 세기적 의의를 가집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입구로 세계비핵화를 출구로 하는 경로를 거치게 될 것이 북의 핵군축 전략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비핵화의 구체적 연동은 그렇게 이뤄지게 됩니다. 이것이 세계적 의의를 갖는다는 것은 세계평화를 애호하는 진보적 인류의 이해와 요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그리고 세기적 의의는 버럭 오바마가 미 대통령이었던 2009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주창한 세계비핵화의 구체적인 실현방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입니다.
세계의 정세분석가들이 이를 두고 북의 반제평화전략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정확합니다. 북이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을 세계전략입니다. 사회주의 강국의 발전과 사회주의 연대 강화로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여 세계자주화를 실현하려는 세계자주화 전략인 것입니다.
북이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새로운 북미협상 전략으로 미 대북제재 무력화 전략으로 그리고 핵군축 전략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허나, 맞고 틀리고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정을 하게 하는 것이 북이 전략국가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확정컨대,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 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입니다.
4.미국의 길-북미대결전 종식의 길
북미 간 정치지형 그리고 정세 흐름에 따르면 미국이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정확히 세 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반북대결적 입장에 기초한 ‘핵 및 WMD 폐기’ 대 ‘제재 해제’ 구도를 포기하고 올바른 자세에 기초한 ‘영변 핵기지 폐기’ 대 ‘평화협정 체결’을 받아들이는 것이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자립경제 노선과 사회주의 연대 강화로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북의 전략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핵군축으로 들어서는 것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미국에 허용된 길은 그 이외에 그 어떤 다른 것도 없습니다. 퇴로인 전쟁의 길은 북이 핵무력 완성으로 이미 막아두었으며 가만히 있는 것 역시 전략국가가 허용치 않을 길입니다.
잘 모르고 보면, 오묘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알게 되면 이렇듯 위력합니다. ‘자주’의 실체입니다. 특히, 승리 밖에 모르는 것이 자주입니다. 진정, 위대합니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차 북미정상회담이냐 완전 새로운 핵대결이냐 (0) | 2019.05.13 |
---|---|
북 포병부대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의 군사정치적 의미 (0) | 2019.05.09 |
북러경협이 북미대결전에서 갖는 의의 (1) | 2019.04.25 |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길에 밟히는 세 가지 (0) | 2019.04.24 |
미국의 반평화세력과 한국의 분단적폐세력을 거둬내야 진짜 봄 (1) | 2019.04.23 |
외세추종 외세공조가 아니라 민족자주 민족공조로 (1) | 2019.04.18 |
승리의 길 (2) | 2019.04.15 |
북미대결전 종식을 위한 결정 (1) | 2019.04.13 |
미국을 향해 평화와 자주통일의 촛불을 (2) | 2019.04.12 |
새로운 북미관계 노선과 민족자주 노선 그리고 자립경제 노선 (1) | 2019.04.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