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군축이며 대기업 총수 동행인가?
<평양남북정상회담>민족공조의 전략적 위엄-종전선언에는 군축으로 대북제재에는 경협으로
종전선언과 북미관계,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대목은 군축과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이다.
북핵문제도 물론 중요하기는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둔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집중할 두 가지 현안 중에 두 번째로 언급한 것도 북핵문제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 남이 주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핵문제 관련 남이 할 수 있는 것은 북미가 핵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중재자로서 촉진역할을 하는 것이 최대다. 그렇지만 북핵문제는 그 무슨 중재자를 필요로 하는 문제가 애초 아니다. 20년 넘는 동안에도 풀지 못했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북핵문제에 대해 남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상 없다.
현재의 정세는 북미관계 진전은 종전선언문제에, 남북관계 개선은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공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종전선언이 되면 북미관계가 진전될 것이며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대북제재가 느슨해질 것이고 대북제재가 느슨해지면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임을 확정해준다. 종전선언과 북미관계 그리고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간에 성립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다. 종전선언이 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전환적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 필연인 이유다.
남북군축은 미국에 종전선언을 압박하고 평화협정을 추동할 동력
‘전쟁공포 해소’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첫 번째 의제로 꼽은 내용이다.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인한 긴장과 무력충돌의 가능성, 그리고 전쟁의 공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두 번째 의제가 북미핵대화 촉진이고 세 번째가 판문점선언 이행이다.
남북군사긴장 해소라는 개념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전쟁공포 해소에 대해 단순히 평화를 강조한 수사로 여길 전문가는 없다. 군축이다. 전문가들은 군축이 이번 평양남북정상회담 의제의 첫 번째 자리를 왜 차지하게 되는지를 밝혀주어야한다. 정치정세적 의미가 보통 큰 게 아니다. 이후 북미관계 진전의 전망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상까지도 다 함의하고 있는 핵심 사안이다.
남북군축문제는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게 종전선언 문제는 중재역할 밖에 할 것이 없는 북핵문제와는 달리 할 몫이 크고 많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문제에 실속 있게 접근할 수 있는 핵심 고리가 군축문제다.
그동안 남북은 신뢰구축에 기반해 남북군축에서 요구되는 군비통제에 상당한 성과를 내놓고 있는 상태다. 지난 6, 7월 두 차례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원칙을 내오고 경비초소(GP) 철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운용적 군비통제다. 초보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군축으로 이어지는 일반적 경로로 군사력 규모를 줄이는 구조적 군비통제로 나아가는 첫공정이다.
남북 군축은 북미 간 치열한 대결이 진행되는 정세 하에서는 남북 차원의 군사문제일 수가 없다. 미국의 대북군사적대와 결부되지 않는 남북군축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북미대결이 치열한 정세 하에서의 남북군축은 남과 북이 미국의 대북군사적대 정책 전환과 종전선언을 압박하는 위력한 기제가 된다. 남북군축은 아울러 종전선언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종국에는 평화협정의 결정적 동력으로 작동될 것이다.
북미대결전 속에서 남북군축은 결국, 미국의 전쟁세력들에게 대북군사적대정책 전환과 종전선언을 압박하면서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 동력으로 작동할 정치안보기제인 것이다. 남북군축이 남북 간 신뢰구축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정세상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남북군축이 군사부문에서 이루어지는 민족공조라는 것을 확정해준다. 미국이 키운 남의 군사력과 미국이 대립치고 있는 북의 군사력이 하나가 되는 기묘한 아이러니다. 분단체제가 끝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징표 중 하나다.
대기업 총수 방북은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압박하고 이후 본격적 남북경협에 대한 대비
이번 평양남북정상회담에 4명의 대기업 총수가 동행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전반 남북관계 개선이 그렇듯 남북경제협력 역시 미국의 대북제재에 의해 치명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류정치세력들이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이미 오래 전에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나서서 남북철도협력 공사까지 막았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대기업 총수의 방북길이 성과를 낼 리는 없다. 이후 경제협력 토대를 닦는다는 의미 정도는 갖는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의 방북에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대기업 총수의 방북은 미국에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압박하는 성격이 가미된 측면이 있다. 더 주된 측면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될 수 밖에 없음을 예견하고 취하는 전략적 태세라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의 방북이 경협에서 당장의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지금의 남북군축이 일반적 차원의 군축이 아닌 것처럼 4대기업 총수 방북 역시 다르지 않다. 대기업 총수의 방북은 북미대결 하에서는 일반적인 남북경제협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부문에서 이뤄지는 민족공조인 것이다.
이처럼 군사부문에서의 민족공조인 남북군축은 미국의 종전선언문제 더 나아가 평화협정을 향해 있다. 그리고 경제부문에서의 민족공조인 대기업 총수의 방북 역시 미국의 대북제재를 향해있다.
남북군축이 미국에 종전선언을 압박하고 평화협정을 추동하기 위한 전략적 태세라면 대기업 총수 방북은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압박하고 이후 본격적 남북경협을 대비하는 전략적 태세다. 민족공조가 외양상으로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정세의 복판에 어떻게 당당하게 자리할 수 있는지를 군축과 4대기업 총수의 방북은 이처럼 너무나도 제대로 보여준다.
4.27판문점선언에 명시돼 있는 민족자주 원칙이 팔팔 살아 뛰며 만들어내는 생활력이다. 우리 겨레의 지혜와 힘이 8천만에 차려주는 역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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