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북진영은 왜, 트럼프와 한국과 북에 대한 정치공세에 몰두할까?
<분석과전망>트럼프 반대와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방해 그리고 북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 내 반북진영이 반트럼프와 문재인 압박 그리고 반북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 맨 앞장에는 언제라도 그러했듯 주류언론 워싱턴포스트(WP)가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북에 대한 공격 그리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압박 등 WP의 전방위적 공세는 외양적으로 화려하기까지 하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협상을 구해내는 최선의 방안은 북의 핵(核) 리스트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을 공평하게 맞교환하는 것이다”
WP의 27일 자 사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북은 최근 들어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 개선에서 요구되는 상호 신뢰 구축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정부에 종전선언 채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의 종전선언 촉구에 대해 미국 내 반북진영은 핵 리스트 제출 선행을 요구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밥 코커 상원 외교 위원장도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과 같은 사안들은 자신이 (올해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본격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악담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28일 국방부 브리핑을 통해 "현재로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말을 했다. 종전선언 반대론자답다.
WP의 맞교환 주장은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북의 주장과 미국 내 반북진영의 주장을 중간쯤에서 절충한 것 정도로 보여서다. WP의 맞교환 주장은 그러나 현 시기 북미대립구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한데 기초하고 있다. 현시기 북미교착상태 정세를 북의 핵 리스트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벌이는 충돌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6.12북미공동성명을 부정하고 북의 핵 현실까지도 무시했을 때 할 수 있는 규정이다.
종전선언은 북의 한반도 비핵화선언 그리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연동되어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관없이 선행돼야 할 성질의 것이다. 6.12북미정상회담 장에서 구두로 합의한 것이 종전선언이다. 그리고 6.12북미공동성명에 있는 ‘북미 간 상호신뢰 구축이 비핵화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는 대목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북미 간 상호신뢰 구축의 한 내용이기도 하다. 미국이 정치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내주면서 북에게 반대급부로 핵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 축사 한 동과 평양에 있는 류경호텔을 맞교환하자는 것에 다를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CEO시절 강조했던 ‘거래의 기술’에 들 수도 없는 수사다. 거래에서 사기이거나 강도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제출을 맞조응시키는 것이 6.12북미공동성명에 어긋나는 것이고 특히 북핵 현실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WP가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WP가 억지로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제출을 맞조응시키는 것에는 특별한 정치적 목적이 동반돼 있다.
WP는 사설에서 북미 협상 교착 상태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는 그 원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하고 엉성한’ 북미정상회담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하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미 반북진영의 끊임없는 반트럼프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이 6.12북미공동성명에 적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집중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가로막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가히 상식이다.
WP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는 ‘한국의 모호한 보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치사한 주장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더는 북한의 핵 위협이 없다'고 한 트럼프의 선언에 고무돼 북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자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 지적 역시 반트럼프이자 문재인 압박이다. 미 반북진영의 문재인 정부 압박이 남북관계 개선 방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WP의 반북 행보 역시 반 트럼프 행보와 다를 것이 없다. 항상 그러했듯 북에 대한 왜곡을 맨 앞에 세운다. 북이 종전선언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것에 대해 WP는 북이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왜곡해서는 날선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WP가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제출을 맞조응시키는 특별한 정치적 목적은 이처럼 트럼프를 반대하기 위해서이며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기 위해서이며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북이 짜들어가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막아보기 위해서다. 특히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대한 반북진영의 반발이다.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대행을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사무소 소장은 2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의 종전선언 요구는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약화시킴으로써 미-한 상호방위조약의 변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북은 한국 정부도 종전선언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미-한 대북 공조의 틈을 벌리는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의 종전선언 압박은 비핵화와 무관한 것으로, 미-북 관계정상화, 제재 완화, 미-한 동맹 균열을 꾀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갖는 정치 안보적 의의를 정확히 기술해 종전선언을 반대하려는 의도를 그렇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미국에는 반북진영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담당 조정관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의 '핵물질 생산 동결'을 종전선언을 위한 선제조치라고 하면서도 “종전선언은 상징적 선언일 뿐 체제 안전보장을 위한 실체적 혜택이 없기 때문에 연락사무소 개설, 일부 제재 완화 등 모든 요소를 포함한 포괄적 제안을 준비해야 협상의 여지가 많아진다”고 주장했다. 결정적으로는 미 군사전문가 대니얼 데이비스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DP) 선임연구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25일 의회전문매체 '더힐' 인터뷰에서 "우리가 비핵화만큼 큰 것을 원한다면 기꺼이 뭔가 큰 것을 줘야 한다"며 "평화협정으로 가는 것이 좋은 첫걸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핵 리스트 제출에 조응하는 것이 평화협정이라는 뜻이다. 6.12북미공동성명에 정확히 접근하고 북의 핵현실을 인정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전문가라면 누구할 것 없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트럼프 반대와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방해 그리고 북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현 시기 북미대립구도를 왜곡시켜가면서까지 종전선언과 핵리스트 제출을 맞조응시키는 미국 내 반북진영의 공학적 정치공세가 머지않아 약화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물론, 저절로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허한 정치공세를 압도하는 현실적이고 힘 있는 정당한 정치공세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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