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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대북제재 해제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by 전선에서 2018. 8. 16.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대북제재 해제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분석과 전망> 북미 교착상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종전선언에 성과가 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제재는 더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역시도 심각히 방해받고 있다. 되는 게 없다는 푸념이 여기저기다. 이것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원하는 우리겨레의 통일운동진영이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선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북미정상화 공정이 쉽지 않을 것은 물론, 익히 예상했던 일이다. 6.12북미공동성명에 적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곡절 없이 순탄하게 이행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지난 1970년 대 미중관계 수립만큼이나 큰 세기적 사변이다. 정확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더 큰 무게를 지닌다. 중미관계 정상화로 중국의 부상이 시작되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세계 패권 지위가 치명적으로 약화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미국의 세계패권을 치명적으로 약화시켜 종국적으로는 제국주의 국가 미국을 보통국가 미국으로 전환시키는 공정이다.

핵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 이행이 팽팽히 맞서면서 형성된 것이 현재 북미 교착상태다. 미국이 북에게 핵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이 이를 거절하고 북이 미국에 종전선언 선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확히 그리고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인사가 스티븐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 대행이다. 멀 차관대행은 지난 달 19일 방미한 한국 5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이 793차 방북에서 핵탄두 시설 리스트 작성과 타임 테이블 제출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요구엔 답을 하지 않은 채 체제보장을 위해 신뢰할만한 조치 즉, 종전선언을 먼저 밟아나가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했다.

멀 차관대행의 설명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비핵화를 추진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는 아사히신문 20일 보도와 일치한다. 신문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미국이 우리를 보통국가로 인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6.12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안 그리고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서다. 이것 말고 북미가 교착상태에 빠진 다른 이유는 없다.

 

6.12북미공동성명에는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CVID를 폐기하고 새롭게 세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Finally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라는 북핵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추동력으로 신뢰구축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북은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폐쇄에 착수한 데 이어 유해송환까지도 했다. 미국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북이 적극적으로 취한 조치다. 그렇지만 미국이 한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유예 밖에 없다.

 

북미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로는 현실적으로 정확히 한가지다. 종전선언이다. 상호신뢰 구축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종전선언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트럼프 정부가 당장에 종전선언을 해도 되는 근거들은 차고 넘친다. 6.12북미공동성명 2항에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이 명시돼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공정이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설명조차 필요 없다. 북이 공식화했듯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구두로 합의했었다. 그리고 6.12북미공동성명 3항에 ‘4.27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올해 내로 종전선언을 한다4.27판문점선언의 내용을 미국이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선언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 핵심적인 사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한 정치 부담이 트럼프정부에게 져지는 것도 아니다. 전임정권인 부시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직접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정부는 선뜻 종전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정부가 종전선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트럼프 정부가 반트럼프 전선을 치고 있는 미 주류정치세력과 미 주류언론 그리고 네오콘 잔류세력들의 반발과 공세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대북제제가 느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미 재무부는 15일 북의 안보리 제재 위반을 도왔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의 해운 관련 기업 3곳과 조력자'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정부가 종전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트럼프 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의식, 북미관계 개선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근시안적 관점과 태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행보에 대한 반발이 득세하고 있는 것들이 그를 반영한다.

트럼프 정부가 종전선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 때문이다. 남북은 4.27판문점선언에서 1조에 자주통일을 11항에는 우리의 운명을 민족 스스로가 책임진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명시했다. 자주통일은 통일운동의 방향이며 민족자주의 원칙은 통일운동이 들어야 할 기치로 민족공조로 표현된다.

미 주류세력들이 지금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민족공조의 궤도에 확고히 올라타는 일이다. 민족자주의 원칙이 또렷해질 때 미 주류세력인 미 제국주의자들이 입을 피해는 치명적이다. 한국사회가 민족자주의 원칙을 기치로 들고 자주통일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게 될 때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두 핵심기제는 무너지고 말기 때문이다. 대북적대정책은 폐기당하게 될 것이며 아울러 식민지지배기제와 다름없는 대남지배기제도 송두리째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재앙이다. 그 재앙을 막으려는 노력들은 미주류세력들이 전직 관리들의 '입'을 적극 조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13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평행적으로 진전되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관계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자 VOA 보도에 따르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의 역시 평화 체제와 비핵화의 우선 순위를 놓고 미-북 간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미국의 정책과 한국의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성공적이었지만 앞으로 미-한 간 공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미 주류세력들의 이러한 발언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발휘한다. 문재인 정부가 4.27판문점 선언 이행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이유다.

종전선언은 빨리 가선 안 된다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이야기다. “북한이 신뢰구축의 길로 갈 수 있는 핵심이자, 본질적인 조치는 완전한 핵 시설 목록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종전선언을 핵 리스트 제출의 결과로 규정짓고는 종전선언의 성격이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해리스는 이어 초기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한국과 미국이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종전선언과 관련한 진전은 한국, 곧 동맹 사이에서 결정이 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한국의 역사는 주한미대사의 생각과 발언이 청와대의 견해와 입장으로 곧바로 전환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는 것을 생생히 기록해놓고 있다. 촛불혁명을 거치고 자주통일시대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현실이 그렇다. 6.15시대 때도 무수히 경험했었다.

70여년 통일운동 역사가 알려주는 중요한 것이 있다.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통일운동의 방향으로 자주통일을 제시받고 통일운동의 기치로 민족자주의 원칙을 쥐게 된 우리겨레의 전체 통일운동진영이 어떤 태세를 취하느냐 하는 것이 그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 간단하다. 8월 중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그리고 9월 중에 있게 될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대하면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활동의 중심으로 확 움켜쥐고 나아가는 일이다

그 뒤에 곧바로 어떤 상이 차려질 지는 분명하다.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대북제재 해제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라는 잔치상이 차려질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겨레가 넓은 마당에 차려 내주는 그 잔치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대문을 어떻게 열어젖힐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한 가을, 결실의 계절은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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