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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대화 강조는 대북대결의 또 다른 양태

by 전선에서 2015. 2. 5.

대화 강조는 대북대결의 또 다른 양태

<분석과전망>미국 식 능수능란한 외교술

 





미국이 또 다시 대화를 들고 나왔다. 4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통해서다.

 

러셀 차관보는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는 한 현 북한 지도부와 계속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미국의 소리방송 4일자가 상세히 보도해주고 있다.

 

북한이 협상할 용의가 있는지, 또 핵과 미사일 계획을 동결시킬 것인지 그리고는 결국 폐기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는지 등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한다.

 

9.19 공동성명이 상기되기도 한다. 북미 관계 정상화, 경제 지원,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러셀 차관보에 의해 언급된 것이다.

북미관계정상화의 목표 그리고 그 경로와 과정이 다 담겨져 있는 북미협상의 최고의 결과물이 20059.19공동성명이다. 그렇기에 9.19공동성명은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러셀 차관보를 통해 밝힌 미국의 대화의지는 그렇지만 특별할 것이 없다.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인 전략적 인내정책에 충실한 관리라면 누구할 것 없이 할 수 있는 말을 반복한 것인 만큼 새로울 것 또한 없다.

 

최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 말 그대로라고 해도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뉴스를 접했다가 실망하고 말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대화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 혹은 집념이 읽힐 법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미국이 또 다시 대화를 강조하는 것이 미국이 대화에 왜 집착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많은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러셀 차관보를 통해 또 다시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 김 대표와 평양회담을 하자는 북한의 제의를 미국이 왜 거절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어떤 전문가들이 보아도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여 미국이 원하는 이른바, 탐색적 대화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러셀 차관보를 통해 대화를 또 다시 강조하는 미국의 태도는 아울러 북한이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선언한 것에 대해 아예 무시를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북한은 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미 본토를 타격하는 내용까지 언급하며 강력한 대미군사대결전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대화의 상대에 대한 고려 없이 마치 허공에 대고 대화를 제의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러셀 차관보의 대화 강조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러셀 차관보가 밝힌 미국의 대화의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접근해보면 미국의 대화의지가 갖는 성격을 제대로 가늠해볼 수가 있다.

 

미국은 러셀 차관보의 입을 통해 자신의 대북정책이 적대시 정책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동의할 전문가는 없다. 동의하기 위해서는 1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니 해킹 사건을 빌미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 대북적대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은 합리적으로 설명해주어야한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유튜브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붕괴발언을 한 것 역시도 대북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어야만한다.

 

러셀이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동원한 모든 수사들은 사실, 극히 대결적인 것들로 구성되어있다.

 

북한의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다며 그 위협의 예로 천안함 사건과 소니 영화사 해킹사건을 든 것을 적절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북한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공히 마찬가지로 사건 초기 공동조사를 제의하는 등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진실에 대한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북미 간 그리고 남북 간 대립의 대표적인 축으로 되어있는 사안들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립적인 사안들을 상기하고 언급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대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관련된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정은 물론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러셀 차관보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미국의 소리방송 뉴스의 그 어디에도 대화를 유인할만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언사로서의 대화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대결적인 언사로 더 대표적인 예가 있다.

러셀 차관보가 핵시험과 군사훈련 중단을 맞교환 하자는 북한의 최근 제안을 일축하면서, 북한은 국제 의무를 지키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하면서 흥정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 한 것이 그것이다.

 

결국, 명료하다. 복잡할 것이 없다. 논쟁할 거리도 아니다.

미국이 러셀 차관보를 통해 다시 한번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미국이 대화를 소재로 대북대결을 또 다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대결의 또 다른 형태인 것이다.

 

다만 일부 사람들이 잠시나마 헛갈려 했던 것은 대화에 대한 것 까지도 대결의 소재로 삼고 있는 미국 식 능수능란한 외교술을 몰랐던 탓이다.

이후에 그 일부 사람들은 더 이상은 헛갈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셀 차관보가 알게 해준 학습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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