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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그 무엇이 북미대화를 무산시켰을까?

by 전선에서 2015. 2. 3.




<분석과전망>에볼라? 굴복의 모양새를 두려워한 미국의 태도? 그것이 아니면


탐색적 대화의 무산

 

탐색적 대화. 미국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는지 시험해봐야 된다는 것이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13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려는 용의를 보이면 양자 관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의미 있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탐색적 대화이다.  

 

탐색적 대화는 미국으로서는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제재와 대화를 동시에 가져간다는 이른바 투트랙을 구사해왔었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그래왔던 미국이다.  

 

김 대표가 1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미-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대북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는 의지와 함께 대화에도 열려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게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미국의 탐색적 대화는 실질 내용이 어떻든 명분이 어떻든 상관없이, 제재와 대화 중 대화 쪽에다 무게를 싣는다는 이유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미국의 그 탐색적 대화를 북미가 지난달 17-19일 반관반민 형태로 회동한 싱가포르회의가 결정해주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 측 대표를 만나기 위해 방중을 하는 과정에 베이징에서 북미대화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니라면 장소를 평양으로 해서 할 수도 있었던 것이 그 탐색적 대화였다. 

 

그러나 베이징에서의 북미대화도 평양에서의 북미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미대화는 결국 무산되고 만 것이다. 

 

북미대화 무산에 대한 북미 간의 입장은 서로 다르게 나왔다. 

 

김 대표는 베이징 대화 무산을 말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최근 북한에 직접 대화를 제의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아 자신의 방중 기간 북한과 접촉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북한은 이와는 다른 평양 대화 무산을 언급했다.

김 대표의 평양 방문을 최근 제의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고 공개하고, 북미대화의 문을 닫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고 한 것이다. 1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에 밝힌 입장이다. 

 

에볼라 혹은 미국의 체면 

 

그렇다면 김 대표는 왜,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지 못했던 것이며 또한 왜, 평양으로 들어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나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를 만나지 못한 것이었을까

 

언론은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가 에볼라사태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병한 이후 엄격한 검역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외국 방문인을 대상으로 21일 간 호텔 등에 격리 조처를 내리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WP는 특히 리 부상조차도 싱가포르에서 트랙2 회의를 마치고 귀환하자마자 21일간 자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양국 6자회담 협상 대표들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에볼라 사태로 인해 실행계획에 합의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WP보도의 요지였다.   

 

북미대화 무산의 또 하나의 이유로 미국의 ‘체면’이 거론되었다. 

김 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굴욕적 모양새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WP 그리고 연합뉴스 등에서 확인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벽두인 지난 달 2일 대북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데다가 이어 22일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붕괴 발언까지 한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사절이 평양을 방문하는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 그 문제의식의 중심이었다. 

 

평양이 탐색적 대화의 장소로 적절치 못하다는 것도 평양 대화를 무산시켰던 이유로 제기되었다.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후반기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다가 특사자격을 박탈당하고 식비까지 지불하고 와야했던 제임스 클래퍼 정보국장의 악몽을 상기시켰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북미대화 무산의 진짜 원인은 
 

언론의 보도대로 에볼라 그리고 미국의 체면이 북미대화를 무산시키는 결정적 원인이었을 것으로 여기는 전문가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아마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직접 말한대로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어 대화는 무산된 것일까?

 

지난 달 30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대표와 회담을 갖고 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한 신뢰 있는 협상에 미국은 언제라도 열려 있다”면서 문제는 “북한이 핵 문제에 관한 진지하고 생산적인 협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인데 “북한은 대화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한 것이다. 

 

북미대화가 무산된 것과 관련하여 북한은 이와는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대화할 의향이 없으면서도 의향이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해 북한에 가한 대북제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 제재를 국제적으로 더욱 확대하기 위한 명분 마련이라고 보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이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림시중지하는 경우 미국이 우려하는 핵시험을 림시중지하는 화답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데 대하여 밝히고 미국과 언제든지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있다는 립장도 표명하였다”면서 “대화와 협상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 그 무슨 《국제공조》를 통한 제재압력분위기를 고취하려는 어리석은 시도이다”라고 한 것이다. 

 

이것들을 두고 대화를 위한 진통으로 볼 전문가는 없다. 대화를 위한 기 싸움으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북미대화 무산에 대해 최근에 확인되는 이러한 상황들은 북미대결전에서는 대화 역시도 대립과 대결의 소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화를 가지고서도 대립하고 대결하는 북미대결전의 또 하나의 양상인 것이다. 

 

북미대결전의 치열한 양상을 사람들은 그렇게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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