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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연꽃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by 전선에서 2014. 4. 24.

연꽃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권말선

 

 

얘들아,

미안하다

 

빨리 구조하라고

조바심만 칠 뿐

울며 화내며

지켜보기만 할 뿐

너희들 건져 올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꽁무니만 빼는 못난 어른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구나

 

돈과 권력

무능과 탐욕

출세와 굴종

좌절과 비탄에 빠진

어른들이 득시글거리는

이런 나라

대한민국은 너희들에게

진흙탕이었구나

 

미안하다아이들아

 

선잠 쫓으며 학교에

졸음 참으며 학원에

마음껏 뛰어 놀 곳도 없이

책상에 묶인 채

어른들이 정해 놓은

어른들의 꿈만 쫓아야 했던

현실의 무게에 꾹 꾹 눌려

얼마나 힘들었니?

 

봄꽃 같이 찬란한 목숨들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나서야

너희들은 진흙탕을 뚫고 피는

연꽃이었단 것을

뼈아프게 확인한다

흙탕물이 없애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이 너희들이었음을...

 

얘들아,

미안하다

 

금수만도 못한 어른들

그래, 있더구나

아니, 정말 많더구나

하지만 보여줄게

그들이 전부가 아님을

못난 어른과 싸우는

착한 어른도 더러 있단 것을

보여줄게

 

얘들아, 미안하다

대한민국이 너희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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