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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게으른 하루

by 전선에서 2014. 4. 14.

 

 

 

 

게으른 하루

 

 

             권말선



우체국에 들렀다가
찬거리를 사서
동네 성당 앞마당
무늬만 나무인 의자에 앉다

바람은
새소리는
풀잎은
한가롭고
햇빛은 내 눈꺼풀에서
조을다

나도 졸음 올 것 같아
하늘 올려다 본다

나뭇가지들
서로 건너다보며
수다를 풀고
하릴없는 지붕, 전기줄, 십자가는
하늘 도화지에
뾰족뾰죽 그림 그리고

그 틈에 껴서
찰칵찰칵
찍고
지우고
또 찍으며
같이 놀다

한참 멍하니 노는데
멀리서 개 짖는다
'그만 놀고 집에 가소,
밥 안하나?'

 

(2014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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