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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새벽 3시

by 전선에서 2023. 9. 3.

새벽 3

 

권말선

 

팔월의 막바지
잠들  없었던 
열대야는 드디어
끝이 났다

열린 창으로
시원한 밤공기
야글야글 울어대는 풀벌레소리
넘나드는 
새벽 3

문득 깨어 바라보는 
  사물은
 잔뜩 머금은 수채화처럼
뭉글뭉글  형체를 풀어버렸고
 밖에 비친 옆집 지붕은
여적 잠들지 못하고
비스듬히 누운  
생각에 잠겨있다

바람 타고 들어오는
서늘한 밤공기
이제는 발끝이 시려
이불 한껏 끌어 가슴까지 안는데
순간  끼치는
향긋한 그대 내음
 뒤에서 숨소리
고르롭다

갑작스레 밤비 쏟아지는데
일어나 창을 닫아야 하나
닫아야 하나
둬도 될까

내가 잠들면 
풀벌레도 밤바람도 방안 사물도   기와지붕도 밤비도
다들 따라 잠들겠지만
상념의 늪에 빠지고 말았는가
건져 올려  아침해를 기다리는가

다시 잠들지 못하고
깜박 깜박이는
새벽 3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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