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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용산어린이정원>의 송충이, 좀비, 다이옥신

by 전선에서 2023. 10. 1.

<용산어린이정원> 송충이, 좀비, 다이옥신

권말선

<용산어린이정원> 
장군숙소를 마주 보고 서면 
한 발짝 다가가 자세히 보면
멀쩡한 모습으로 늘어선 건물들 
벽으로 지붕으로 현관으로
앞마당 잔디나 뒷마당 나무에 
꼿꼿한 털 세운 채 기어 다니는 
징그런 송충이들 볼 수 있지 
약탈과 전쟁만 먹고살아서 
발암물질, 다이옥신 같은 
고약한 오염똥만 싸는 
천하에 해로운 송충이들

용산은 좁다고 
더 큰 땅 찾아 떠나면서도 
독을 품은 제 더러운 똥 
여기저기 남겨두고 갔는데 
송충이 똥밭이라도 황송하다며 
대통령이 넙죽 이사를 왔다가 
그만 송충이 똥독에 중독되어 
영혼 없는 좀비가 되었노라는 
고약한 역사가 현재진행 중이지 

<용산어린이정원> 
미군 장교들 살던 숙소 앞에 서면
주한미군, 저들이 누려온 것들이 곧
우리가 빼앗긴 것임을 확인하기에
온갖 심사가 뒤틀려 배알이 꼬여 
구역질 나고 소름 돋지 
저들이 마구 뱉어 낸
오염물질 숨어있다가
슬쩍 다가와 들러붙을까  
끔찍스러워 발길 돌리게 되지 

<용산어린이정원>
어린이에게 특히 더 위험한 곳
감시와 인권유린이 전시된 곳
대통령 부부의 자랑질 놀이터
외세의 착취와 오래된 오염과
졸속과 사기와 기만이 얼룩진 곳

거짓의 팻말 뽑아내고
송충이, 좀비 몽땅 다 쫓아내고
폭력과 오염, 가면의 때 다 벗겨내고
활짝 열어 가꿔야 할 우리 모두의
생태·역사·민족공원

 

정원으로 개방한 용산미군기지내 장군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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