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셔요, 오시어요, 통일’
<김정은 위원장 방남> 2차북미정상회담 확정 뒤 통일을 안고 통일처럼
올해 남북 사이에 3회에 걸쳐 개최된 정상회담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판문점 선언과 9월평양정상선언 그리고 남북군사합의서는 남북관계 개선 전망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확정해주었다. 결정적으로는 이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앞길을 밝혀주었다. 9월평양정상선언에 적시돼 있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오롯이 다 담겨져 있다.
남북 지도자의 이러한 합의 과정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할 대목이 있다. 남을 한반도 비핵화의 일 주체로 포함시키는 전략적인 조치가 나왔다는 것이 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 5.1경기장 연설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언급한 것에서 확인된다. 15만 북 인민들 앞에서 연설한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남은 애초, 북핵문제 해결에서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핵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그 기본적 이유다. 북핵문제에서 그동안 민족적 입장을 버리고 미국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했던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다. 남은 현실적으로,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에서 해당자라는 지위를 갖고 있을 뿐이다.
한미 간 정치지형을 모르지 않는 북이 남을 북핵문제 해결의 주체로 포함시킨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미국을 위시한 핵강국들이 해결해야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북이 남을 북핵문제 해결의 주체로 포함시킨 것은 민족자결의 원칙 때문이다. 민족의 운명을 민족 스스로 결정하는 공정에 남을 전격적이고 과감하게 끌어들인 것이다. 그에 작동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남이 현재는 비록 미국에 종속돼 있기는 하지만 이후 정세 변화에 따라 민족자주의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는 전망적 믿음이다.
9월평양정상선언에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역사적 정치적 의미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은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번영, 통일에서 굳게 추켜 들어야할 원칙이다. 그리고 특히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도 남과 북이 함께 흔들림 없이 들어야할 기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월 19일 ‘한반도 상황에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不確實性)이 남아있다’는 말을 했다. 정확하다. 6.12북미정상회담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트럼프 정부의 결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가 없을 것임을 정확히 꿰차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미국 내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방해.반대하는 세력이 굳건히 존재한다. 미 군산복합체 그리고 이들에게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는 미 주류세력 등으로 구성된 반북진영이 그들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부의 그 반북진영과 심각한 정치투쟁을 수행할 수 밖에 없다. 그 정치투쟁에서 이겨야만 트럼프 정부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 성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이 지난 71년에 미중정상화를 결단했으면서도 한 참 뒤인 1979년에야 중미수교가 이루어졌던 역사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미국에 종속돼 있는 남측 정부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충실해지는 것은 한국 내 분단적폐세력과 대결하는 것이면서 결정적으로는 미국 내 반북진영과 전선을 치는 것을 의미한다. 북이 남을 한반도 비핵화의 일 주체로 포함하는 것을 통해 남이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수용하는 길을 내준 것은 결국, 남에게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공정에서 일정한 민족적 역할을 주게 된 것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민족끼리가 새로운 높이의 6.15통일시대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범주다.
남이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천명한 조건에서 서울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무관할 수가 없다. 애초부터 밀접히 관련을 갖는 것이 이 둘이었다, 현 정세에서는 미국 내 반북진영의 반발로 늦춰지고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 서울남북정상회담이다. 서울남북정상회담은 2차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으로 밝혀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공정을 이행할 동력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 연내 방문에 대해 직접 나서서 공론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임종석 ‘김정은 환영 준비위원장’에게 특히 ‘경호’문제를 연내에 완결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이해했다. 국민들께 부탁하는 측면도 보였다. ‘평양주민들이 저를 열렬히 환영해주었듯 우리도 성심성의껏 환영하면 좋겠습니다’라는 것으로 읽힌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물밑에서 북과의 협상을 벌이고 있을 미국에게 성과를 내라고 압박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추정컨대, 경호문제를 비롯 동선문제까지도 사상 초유의 보안 상태로 완결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서울시민들의 <서울환영위원회>를 비롯해 청년학생들의 <백두칭송위원회>와 청년들의 <위인맞이 환영단> 등 서울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방남 환영에 대한 각계각층의 각양각색의 흐름들에서 보듯 국민들의 환영 태세는 완료되었다. 남측 차원에서는 준비가 다 끝난 것이다.
물론, 사정은 그리 단순치가 않다. 열쇠는 아무래도, 미국이 쥐고 있다. 원래 그렇다. 한반도 정치지형상 그런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은 정치지형 상 정세 상 미국의 책임 있는 입장이 동반되어야만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11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펜스 부통령이 나서서 2차북미정상회담 전에는 핵리스트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것 그리고 볼턴 보좌관이 나서서 비핵화 진전을 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언급한 것 등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정세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세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소극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태세는 그러나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구체적 이정표를 마련케 될 2차 북미정상회담을 물밑에서라도 확정하는 것이 트럼프 정부가 취할 선차적 조치다. 서울남북정상회담은 그에 기초해 열리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머지않아 70여년 분단선을 밟고 이남 방문이라는 사상 초유의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민족 역사와 인류 역사에 찬연히 빛날 발걸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세기적이고 역사적인 발걸음에서 8천만 민족 성원들은 통일이 백두에서 한라로 척 척, 성큼 성큼 내려오는 것을 환호하며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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