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서울 답방설’, 왜 나오나?
<분석과 전망>한미공조가 가하는 얄팍하고 얍삽한 대북압박
지금 북미교착상태에서 형성돼 있는 특별한 전선이 있다. 민족공조 대 한미공조가 부딪히는 전선이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그 전개양상은 매우 치열하며 또 첨예하다.
우리 겨레는 9월 평양정상선언을 통해 현 정세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의 민족공조를 과시했다. 그 정점에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이 빛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5.1경기장 연설이 아름답게 결부된다.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 민족성을 훌쩍 뛰어넘는, 사변적인 정치 풍경이었다. 양 정상이 우리겨레의 영산인 백두에 올라 손을 맞잡은 것 역시 조국통일운동에 길이 남을 역사다. 민족성원 누구할 것 없이 가슴 뜨겁게 감격했다.
남과 북이 민족공조를 최고의 높이에서 꾸려가는 것에 미국은 화들짝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팔을 걷어 부쳤다. 집행자는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였다. 비건 대표는 북이 아니라 남으로 날아들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강경화 외교장관을 불러들였다. 이어 정의용 안보실장 심지어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도 휘젖고 만난다. 전례 없는 행보였다. 기자들도 놀라워했다. 특히, 물밑 행보가 아니라 공개적인 행보라는 것은 혀를 내두를만 했다. '다, 잘 들어’. 노골의 극치였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게 ‘한미워킹그룹’이다. 한미워킹그룹은 문재인정부가 민족공조 궤도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에 놀란 폼페오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전반 남북관계에 대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입하고 간섭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남관리 정치기제다. 그것으로도 미국은 안심하지 못했다.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강력한 대북제재 계속’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0일 약식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박한 내용이다. 언뜻 보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2차북미정상회담 그리고 특히 서울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나온 한미합의라는 점 때문에 매우 새삼스러우며 또한 특별하기까지 하다.
미국은 이후로도 대북제제를 대북협상 카드로 삼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사실, 말이 안된다. 대북제재 해제가 한반도 비핵화에 조응시킬 정도로 큰 기제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장이 지난 달 29일 "완전한 핵폐기가 전제돼야 제재를 완화한다는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제제를 대북협상 카드로 삼는 것은 아울러 변화된 현 정세에도 맞지가 않다. 북이 핵동결 결정 표명에 이어 핵동결의 구체적인 조치까지 취한 것은 대북제재의 존립근거를 시원하게 없애준 것에 다름 아니다. 11.30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중국 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에서 확인된다.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일 한 국제 포럼에서 정세 변화를 강조한 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되돌리는 조항 마련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며 대북제제 해제를 주장한 것이다. 쿵쉬안유 부부장은 중국 외교부 대북 라인의 핵심인사다.
대북제재가 상식에도 정세에도 부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렇듯 대북제재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카드인 것처럼 여전히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가장 미국다운 것이기는 하다.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해제’를 합의한 한미정상회담에서 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대북제제에 이어 한미공조까지도 대북압박 기제로 삼는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쨚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공조를 통해 대북압박을 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한미 정치지형 상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의도를 거절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의지 또한 없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를 100%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정하기는 싫으나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적지않은 분석가들이 최근 한미 간 정세를 보면서 6.15시대 때 김대중 정부가 서해교전 등 남북군사충돌 사건들을 허용하고 노무현 정부가 2003년 초 ‘대북송금 특검’에 이어 곧바로 이라크 파병까지도 수용하고 말았던 것들을 고통스럽게 떠올리는 이유다.
미국은 결국, 민족공조의 궤도에 들어서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한미워킹그룹으로 압박을 한 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공조로 돌려세우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9월 평양정상선언 이후 한미공조와 민족공조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던 중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공조로 넘어간 것이다.
‘대북제재 유지’에 대한 한미 합의는 현 시기 미국이 문재인 정부까지 동원해 북에 가할 수 있는 최대의 대북압박이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서울남북정상회담 연내 성사에 장애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특별히 주목해야되는 것이 있다. 청와대가 12월 13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설’을 언론을 통해 적극 흘리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해제’에 문 대통령을 묶어들여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방문을 가로막고 있는 것과 청와대가 연내 ‘서울답방’을 흘리고 있는 것은 언뜻 보면 서로 상충된다. 하지만 본질은 비교적 또렷하다. 한미공조에 올라탄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의도대로 북에 대해 가하는 압박의 한 형태인 것이다. 물론, 극악한 것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언론플레이'라는 약간은 세련된 모양새를 띠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상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얄팍하다. 얍삽하다는 서술까지도 가능하다.
분명히 해야할 것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분단체제의 심장으로서 미국의 대한종속력이 총체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정치 도시 서울을 방문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정상회담 차 베이징을 방문하거나 특히 북미정상회담 차 싱가포르 센토사 섬을 방문하는 것과는 차원도 범주도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분단체제 종식과 통일체제 구축에서 최고최대의 역사적 의의를 갖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답방’이 아니다. ‘답방’이라는 개념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의 역사적 의의를 애써 낮추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을 이벤트화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이 ‘답방’이라는 개념인 것이다. 객관적이지 못하는 한 불순하다.
청와대가 서울남북정상회담을 12월 13일이라는 날짜로 특정해 흘리고 있는 것 역시 상당히 불순한 측면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한미정상의 대북제재 유지 입장 천명 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이를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데가 청와대다. 청와대가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12월 13일 답방설’을 흘리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북미관계 개선과 따로 떼어놓는 낭만적인 발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방문 무산 책임을 북에게로 넘기겠다는 것도 약간은 읽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적대를 계속 강화하는 것으로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을 ‘대북제제 유지 전선’으로 끌어들여낸 한미공조로 그리고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 12월 13일 ‘서울 답방설’ 유포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문을 어렵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정세는 계속 그래왔듯 단선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그 어느 때 보다 민족공조 즉, 우리민족끼리의 창조적인 위력이 필요해지는 때다.
사람들은 어쩌면 그동안의 민족공조가 그러했듯 정세를 타고 넘는 우리민족끼리의 '광폭력'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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