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연내 방남 무산 책동
<분석과전망> 미국이 일본을 앞장 세우고 문재인 정부를 끌어들여 유엔대북인권결의안 작업을 한 이유
“아,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은 끝내 무산되고 마는 것인가”
17일 유엔총회 본회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이 되자 김정은 연내 방남을 원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터쳐내고 있는 탄식이다.
결의안에는 온갖 대북적대로 가득 들어차 있다.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가 적시돼 있으며 ‘북한에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는 규탄 내용도 담겨있다. 인권 침해 중단 촉구는 물론 강제수용소의 폐쇄와 정치범 석방, 책임규명 등도 요구하고 있다. 결의안은 또한 유엔 안보리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그리고 책임규명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은 특별히, 세 나라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미국이야 기본적으로 주도국이다. 유엔을 동원한 미국의 대북인권압박은 일반적인 대북적대정책과는 그 성격이나 위상이 다르다. 미 제국주의 세력들이 가하는 대북적대정책에서 최고의 정점이다. 북 체제 자체를 반대하며 북 최고 지도자를 그 대상으로 하는 극악한 공세가 미국의 대북인권압박인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이래 14년 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집행은 미국에 충실한 일본이 맡았다. 여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세는 동의였다. 유엔주재 일본 대표부가 유럽연합(EU) 대표부와 함께 결의안 작성을 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총 61개 나라로부터 공동제안국이라는 형식으로 동의를 받아내 전원합의로 통과시킨 것이다.
북미관계 진전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이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혀 있는 현 시기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 가할 수 있는 대북적대로 이 보다 더 심한 것은 없다. 북은 전면 부정 전면 배격했다. 김성 주 유엔 북 대사가 이날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일 뿐"이라면서 강력히 반발을 한 것이다. 김 대사는 이어 일본에 대해서도 "전범 국가인 일본이 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놀랍고 우려스럽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은 북이 알아서 결정하고 혼자 결행할 수 있는 단순한 정치가 아니다.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는 물론 세계 정세와 직접적으로 맞물려있는 정세의 핵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이 세기적 의미를 갖는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이정표가 될 2차북미정상회담과 직접접으로 결부돼 있다. 트럼프 정부는 내년 초에 2차북미정상회담까지 예고해 둔 상황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남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대를 표명했으며 그 맨 앞에 청와대를 앞세우기도 했다. 다들 김정은 위원장 연내 방남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일본과 유럽연합을 앞세워 유엔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남에 결정적 장애를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까지도 여기에 적극 끌어들인 것이다.
확정컨대, 북은 고도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북진영의 반발에 둘러싸여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북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발휘하고 있을 인내심 역시 각별하다. 북은 한미관계가 일반적인 나라와 나라 같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폼페오 국무장관의 지시로 비건 특별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사슬에 개줄처럼 목이 매여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그리고 이번 유엔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받았을 압박 또한 잘 감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냉철히 접근해야한다. 북의 고강도 인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집행한 유엔대북인권압박에 문재인 정부가 끌려들어가고 마는 것에서 많은 사람들이 뼛속 깊이 확인한 것이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지난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합의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이라는 사실이다. 정확하다. 여기에 답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늦지 않았다. 북이 끝없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본 예의와 양심 혹은 정치적 도리를 앞세워서는 제대로 화답을 해야한다. 둘러보면 희망도 보인다. 안보리에서의 대북인권토의가 최근 5년 만에 무산되었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안보리 회의 개최를 위해 전체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총 9개국의 지지가 필요한데 미국이 8개국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자 회의 소집 요청을 철회하고 말았던 것이다. 일과성 현상이 결코 아니다. 미국의 패퇴를 반영한다. 세계 정세 흐름 상 이후 비슷한 현상이 많을 것은 필연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제대로 움켜쥐면 된다. 민족의 운명을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하는 길을 개척해나가는 데에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으로 지고 있는 자기 몫을 지금이라도 다하려는 분명한 태세를 갖게 될 때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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