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정연하게 요동치는 정세
<분석과 전망>조미정상회담 전야
정세가 거대하게 요동을 치고 있다. 그리고 엄청 중층적이며 복잡하다. 맥을 잡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안목으로 그리고 현실에 제대로 발을 딛고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매우 질서정연하게 요동을 치고 있는 정세인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장관이 또 북을 갔다. 흥미로운 일이다. 폼페오 장관의 재방북은 북의 미국인 범죄자 3명을 데리고 나오기 위한 정치이벤트다. 북핵 완전 폐기를 위해서라는 말들이 많이 돌지만 그 말들은 귓등으로 들어도 무방하다. 북핵에 대한 완전하거나 영구적인 폐기는 트럼프 정부가 주구장창 입에 달고 있는 말일 뿐이다. 정치수사인 것이다.
폼페오 장관이 북의 미국인 범죄자 3명의 손을 잡고 나오는 사진이 폼페오 장관과 동행한 미 국무부 사진기자단들에 의해 세계로 전송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미국의 많은 국민들로부터 ‘물개 박수’를 받을 것이다. 때마침 트럼프의 지지율도 높아져 있는 상태다. 미국 CBS 뉴스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최고치다. 정치는 때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발표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 바로 그때다.
언뜻 보면 북이 다 퍼주고 그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혜택을 받는 모양새다. 희한한 건 미국이 북에 뭘 주었는지는 아직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종전선언을 포함하는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수교가 다일까?
관련해 주목할만한 중요한 두 가지의 정세 지점이 있다. 결정적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다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조중 전략적 협동’을 천명했다. 원론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적 동시적 해법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의 발전 수준과 북미대결전의 특성을 반영해 한반도비핵화를 세계비핵화에로 지향시킨 전략적 방침이다. 때마침 김영남 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7일 평양에서 세계기독교계 지도자를 맞은 자리에서 한반도비핵화는 곧 세계비핵화라는 말을 했다.
“이번 상봉과 회담은 조중 사이의 전략적 협동을 보다 긴밀히 하고 조선반도 지역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데 적극 이바지하게 될 것"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 대해 내리고 있는 규정이다. 북 언론에 나온 내용이다. 조중 간 전략적 협동이 장기적으로는 사회주의 혁명 발전에 복무하는 것이겠지만 당면해서는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와 안정 구축에 작동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대단히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 말이다. 조미관계정상화에서 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중국과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다. 동북아 정치질서 재편 더 나아가 세계정세를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동해 주동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동북아 정세구성력에서 미국이 차츰 밀려나고 있음을 예고해준다. 여기에 겹쳐지는 것이 최근 주한미군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미 주류정치세력 간의 갈등이다. 생산적인 갈등이 아니라 미 전반의 패퇴를 예고해주는 갈등이다.
또 하나의 정세지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9일, 2015년 7월 이란과 5+1(유엔 상임이사국인 미, 중, 러 영, 프 그리고 독일) 사이에 체결되었던 이란핵협정을 탈퇴했다는 것이다. 그 협정으로는 이란의 핵 보유와 핵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탈퇴 이유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이란핵협정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이 지나면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미국의 강공처럼 보이고 북핵과 연관된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보면 다르다. 예사롭지 않은 점이 확인된다. 이란이 그 협정에서 탈퇴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란핵협정에 참여한 4+1이 트럼프의 이란핵협정 탈퇴에 이란 보다 더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것 역시도 예사롭지 않은 점이다. 이후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 보다 미국과 4+1 간 갈등이 더 크고 또 선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정세지점이다. 옛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정세지형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그리고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는 미국이 한반도문제에서는 물론 이란핵문제에서도 점점 불리해지고 수세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확정컨대, 미국은 이제 옛날의 미국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북으로부터 강제당하고 있는 것이 종전선언을 포함하는 평화협정과 북미수교가 다가 아닐 수가 있다. 복잡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된다는 말이 있다. 조미관계정상화문제에서 근본문제는 주한미군철수 문제이며 특히 당면해서는 한반도비핵화 문제를 포괄하는 세계비핵화 문제다.
질서있게 요동치는 정세흐름에 따르면 수세에 내몰리고 피동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머지않아 있을 조미정상회담에서 북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은 가히 필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이겼노라’고 환호할 것이다. 나쁘지는 않다. 그때, 세계는 노벨 평화상을 예약해 11월 중간 선거 승리 예약은 물론 미 주류정치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대선에서의 재선을 확고히 했다며 들뜬 트럼프 대통령의 환한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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