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상하는 주한미군 문제
<분석과 전망> 한반도 근본문제의 핵심
주한미군 철수가 북 ICBM 폐기와 결부될 수 있다는 미 전문가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와 북 ICBM 폐기가 빅 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 안보와 체제 보장의 최후 보루인 핵무기를 내놓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 약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조너선 크리스톨 세계정책연구소(WPI) 연구원을 들 수 있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당신이오. 당신이 주한 미군을 철수하면 나도 핵무기를 폐기하겠소’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때 트럼프가 김정은의 그런 말을 승리로 여기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CNN 보도였다. 언론 매체 복스(Vox)도 북이 핵 폐기 혹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의 폐기를 약속할 경우 미국은 주한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미국의 한·일에 대한 핵우산 제거 등의 타협안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다들, 북·미 간 빅 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들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온 허황한 주장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핵이 갖고 있는 일반 원리와 특성, 북핵이 도달한 수준 그리고 북미대결전의 본질에 근거해 북핵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북 핵은 우크라이나 핵 리비아 핵 그리고 이란 핵과는 수준도 성격도 다르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주창했던 세계비핵화와 연동시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이다. 그에 따르면 북이 핵 폐기를 할 수는 없어도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인 ICBM을 폐기할 수는 있다. 아울러 미국은 이에 조응해 주한미군 철수를 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매티스 국방장관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던 주한미군 문제를 다시 부상시킨 인사는 흥미롭게도 미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다. 27일 판문점선언이 나온 뒤 기자들에게 “주한미군 문제는 동맹과의 협상에서는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논의할 수 있는 이슈”라고 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평화협정 체결이 되면 주한미군 문제가 향후 협상 의제로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의 주장도 돋보인다. 테리 연구원은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비핵화는 궁극적으론 미-한 동맹의 파기와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철폐를 의미한다”고 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역시 예사롭지 않은 주장을 한다. 문 특보는 30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낸 기고문을 통해 “평화 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포린 어페어즈’가 미 외교가에서는 매우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라는 것이 돋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무용론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부상시키는 데에서 최고의 일등 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기를 점점 더 원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백악관에서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회견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수십 년간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치안이 아니라 미국의 치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한 외교정책 상 고립주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한 발언이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 안보 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 시리아 미군 조기 철수론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새삼스럽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도 똑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언론들이 최근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켈리 비서실장 갈등설은 대단히 흥미롭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두 사람이 심한 언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원 철수 명령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했다. 그때,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원 철수 명령을 철회시켰다는 것이 그 갈등설의 전말이다. 백악관은 서둘러,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켈리 비서실장이 머지않아 해고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트럼프-켈리 갈등설의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무용론을 줄곧 주창해왔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로 주한미군 주둔비나 한미FTA와 결부시키는 방식으로 강조하곤 했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무용론은 주한미군 주둔비나 한미FTA에서 벗어나와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되고 있는 북의 ICBM과 결부될 수는 없을 것인가?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치안보다 미국의 치안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지 않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묻고 있다. 이에 대한 답 비슷한 단서를 현실에서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세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무용론이 미국의 최대 안보위협으로 되고 있는 북의 ICBM과 어떤 식으로든지 결부될 수도 있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0년 이상을 평양을 겨냥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그대로 놔 두고서 북미관계정상화는 가능한 일일까?
5월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올해 안에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을 특별히 긴장하면서 주시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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