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권말선
고요하던 마음에
불현듯 어둔 그림자
밀려올 때는
무엇보다 미운 것이
야물지 못한 내
마음이라.
달고 진하게
커피 한 잔 타서
방 한 쪽에 쪼그리고 앉아
한 모금, 한 모금씩
나의 어리석음
삼켜본다
지나고 보면 모두
한 번의 헛웃음으로 끝날 수 있는
그리 큰 일은 아니었던 것들,
커피잔이 빌 때쯤엔
내 황량한 뱃속도
포만감으로 채워지고
아, 이젠 눈물 보이지 말자
돌아보면 후회만 쌓일 뿐이지
빈 커피잔 앞에 두고
조용히 돌아 보는
눈물 흘리며 후회도 하고
분노하고 실망하고
울며 웃었던
철없는 나의 하루,
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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