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권말선
- 내 가슴에 커다란 돌 하나 놓여 있다
바위같이 커다란 돌.
무겁게 가슴을 내리 누를 때는
나는 그만 꼼짝할 수도 없다.
길을 걸을 때도, 누군가와 얘기할 때도
그 돌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 커다란, 그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다.
누가 내 가슴에 이 돌을 심었을까. -
이 돌을 들어 저 강 한가운데 놓고선
생각나면 찾아가
돌위에 나를 얹고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면서
잠시 생활을 잊고 쉬었다 오면
참 좋으련만.
돌은 나를 떠나지 않고
나조차도 그를 버릴 수가 없네.
이렇게 내 가슴에 남아
내가 눈물 흘리고 웃고 떠드는
내 세월을 지켜 보면서
어느날,
초라하게 늙어진 내 가슴안으로
정답게 웃으며
녹아들겠지.
내 가슴 속 한자리를
아프게 차지하고선
고독이 되었다가 친구도 되었다가
원망도 되고 편안한 안식도 되어 주는
바위처럼 커다란
그대, 나의
돌.
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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