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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청와대 앞마당에서

by 전선에서 2016. 4. 9.





청와대 앞마당에서


      권말선

 

 

복작대는 중국인 관광객 틈바구니

물대포에 쓰러지는 남편 사진

경찰과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두 장짜리 피켓 들고 선 여인

폭군에 맞서 투사가 된 여인과

 

푸른 지붕 견고한 벽

경호원에 첩첩이 둘러싸인 여인

아니 그냥 여자

아니 실은 도둑질에

학살까지 서슴지 않는 여자가

 

20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가깝지만 좁혀지기 힘든

200걸음의 거리는

역사의 어디쯤에서 잉태된 걸까

 

생전 처음 들어가 본 청와대

너른 마당 한 귀퉁이 벤치에서

감시와 무전에 결박당한 채

하릴없이 울분만 삭이다

문득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저 지붕, , 둘러 싼 사람들

훌훌 다 거둬내 버리고

오로지 두 여인만 마주 섰을 때

여자는 투사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사죄할 수 있을까

악어의 눈물 아닌 참회의 눈물

흘릴 수 있을까

 

이렇듯 다정다감한 여인

현명한 투사가 대통령이면

생존을 위한 피타는 싸움 아닌

더 나은 세상 위한

아름다운 투쟁을 함께 할 텐데

 

이 쓰라린 세월

어쩌자고 봄꽃은

저리 흐드러지고

햇살은 누굴 위해

또 저리 따사로운가

 

시간이 되었으니 나가라는

재촉질에 할 수 있는 건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항변 아닌

다리가 아프니 쉬어가겠단

씁쓸한 변명이었지만

 

오진 결심 하나 남기고 일어섰다

단단한 성벽에 둘러싸여

숨 쉴 날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천만 민중의 함성으로 다시 와

대궐 아닌 감옥에 꼭, 꼭 보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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