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의 통일방안과 연합제안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국가연합단계를 중심으로
6월 15일. 6.15남북공동선언 19주년입니다. 남북은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최초로 통일방안의 방향성에 합의를 했습니다. 이른바, ‘연합연방제입니다.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수록 통일방안 문제는 현안으로 대두합니다. 통일방안은 민족통일전선 특히 민족통일기구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습니다. 남북 간의 통일방안을 살펴보고 그에 기초한 통일방안의 국가적 차원의 총화인 민족통일기구 그리고 민간통일운동까지 포괄하는 민족통일전선에 대해 정리하는 글을 몇 차례에 걸쳐 싣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북의 연방제 통일방안과 조국통일 3대 헌장>에 이어 이번에는 두번째 글로 <남의 연합제안과 '연방연합제안'>를 싣습니다 -글쓴이 주
1)박정희 6.23선언
1973년 6월 23일 박정희 대통령이 ‘평화통일 외교정책에 관한 특별성명’을 발표한다. ①조국의 평화적 통일 달성 노력 ② 내정 불간섭과 불가침약속 ③ 북한과 동시 유엔가입 등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6·23선언’은 그러나 엄밀히 보지 않아도 통일정책이기 보다는 외교정책에 가까웠다. 북이 70년대 수교국 수를 늘리는 가운데 여러 국제기구에도 진출하고 특히 비동맹권 외교에서 위상을 강화해나가는 것 등으로 인해 박정희 정부가 외교전에서 수세에 몰리자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동구권과의 교류 확대 등 적극적인 외교방향을 담아 내놓은 외교독트린이었던 것이다. 유엔 동시가입에서 선명히 확인할 수 있다. 유엔 동시가입은 7.4공동성명을 부정하고 분단을 사실상 영구화하는 것이었다. 이승만 정부의 ‘북진통일론’을 폐기한 것이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분단을 고착화하는 이른바, 양국체제론이었던 것이다.
박정희 정부가 북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였다. 박정희 정부는 북의 연방제를 북의 민주기지론에 기초한 대남적화전략 즉, 체제통일론이라고 왜곡했다. 그리고는 반공이데올로기를 구축해 북을 ‘악마화’했고 학교교육은 반공교육으로 일색화시켰다.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 낮은 경제력과 미흡한 국방력 등을 가리기 위한 정치전략이었다.
2)민족공동체 통일방안(3단계 통일방안)
남의 통일방안이 보다 온전한 형태로 나온 것은 6월 항쟁 이후 노태우 정부 때 이르러서였다. 노태우 대통령이 89년 9월 11일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체계를 제대로 갖춘 것이었으며 특히 7.4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원칙에 상당부분 부합하는 것이었다. 김영삼.김대중의 통일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북의 연방제에 가장 근접한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다듬어 1994년 8.15기념사를 통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3단계 통일방안)으로 발표한다. 3단계 통일방안은 그 이후 남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자주, 평화, 민주를 기본 원칙으로 세웠으며 통일과정을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등 3 단계로 설정했다. 화해협력단계는 남북 간의 적대와 불신을 줄이고 상호협력의 장을 열어가는 단계이다. 분야별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면서 분단 상태의 평화적 관리를 핵심으로 했다. 2단계인 남북연합단계는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제도화하는 단계로 상호신뢰 구축과 평화정착으로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와 정부 하에서 통일지향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통합과정을 관리해나가는 공정이다. 통일헌법 제정이 핵심이다. 마지막 3단계는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의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단계다. 남북연합단계에서 제정한 통일헌법에 따라 남북한 자유총선거를 실시해 통일국회를 구성하고 통일정부를 수립하게 되는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주목할 대목이 2단계인 남북연합단계이다. 6.15공동선언 2항에 ‘남측의 연합제 안’으로 명시돼있는 대목이다.
3.연합연방제 방식의 통일방안
1)연합연방제 방식의 의미
통일방안과 관련한 남북 합의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으로 72년 7.4공동성명과 2000년 6.15공동선언 2항을 꼽을 수 있다.
7.4공동성명은 분단 이후 남과 북이 최초로 합의한 통일 사안으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원칙은 조국통일운동의 본성을 밝혀주고 분단 이래 전개된 전 민족의 조국통일운동을 원리적으로 총화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위력한 생활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다. 조국통일 3대원칙은 조국통일운동이 성과적으로 전개되는가 그렇지 않는가 그리고 조국통일운동의 정형이 올바른가 올바르지 않는가를 가르는 철의 기준이다.
조국통일 3대원칙이 통일방안과 관련이 있는 것은 조국통일 3대원칙이 통일방안의 중요한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조국통일 3대원칙은 통일방안과 관련해 방향을 민족자주로 방법을 평화적인 것으로 그리고 동력을 민족대단결로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2항에 있는 남의 ‘연합제’란 남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하고 있는 3단계 통일과정에서 2단계인 남북연합단계를 지칭한다. 연합제는 서로 사상과 체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속에서 2체제 2정부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 2항에 있는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란 김일성 주석의 ‘느슨한 연방제’를 지칭한다.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장은 2000년 10월 6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20주년 기념식’에서 한 보고연설을 통해 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한 설명을 내놨다.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원칙에 기초하되 남북의 현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보유한 채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남에서는 연합연방제로 북에서는 연방연합제로 표기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 2항이 명시하고 있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점’이다. 그 공통점은 남의 3단계 통일방안에서 2단계인 남북연합단계와 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의 공통점을 말한다. 공히 2체제 2정부로 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남과 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연합연방제 방식을 합의한 것은 남과 북이 최초로 통일방안의 방향성에 합의했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연합연방제의 합리성과 현실성
연합연방제는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에 기반해 있는 만큼 통일방안의 방향으로서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기도 하다.
연합연방제의 합리성은 조국통일 3대원칙에 부합하고 있는 데에서 확보된다. 조국통일 3대원칙은 베트남 식의 전쟁을 통한 무력통일도 독일식의 흡수통일인 체제통일도 배제하고 있다. 베트남 통일은 전쟁을 통한 사회주의로의 체제통일이었으며 독일통일은 사회주의 동독의 붕괴를 전제로 한 자본주의로의 흡수통일이었다. 연합연방제는 조국통일 3대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자주적이고 무력이 아닌 평화적이며 또 체제통합이 아니라 민족대단결적인 통일방안인 것이다.
연합연방제는 아울러 남과 북의 서로 다른 현실을 인정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기형적이기는 해도 재벌 중심적인 자본주의체제로 세계 10위 내외의 경제대국인 남이 자본주의체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할 리는 없다. 그리고 핵 강국이자 전략국가로서 사회주의 강성국가인 북이 사회주의체제와 인민민주주의를 포기할 리 역시 없다.
이처럼 연합연방제 방식은 조국통일 3대원칙에 부합하고 남과 북의 서로 다른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인해 체제통일 흡수통일이나 무력통일이 아니라 평화적인 통일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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