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현실적인 그리고 통일을 위한 북미정상회담
<분석과 전망>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되는 중요 대목 세 가지
이번 5.22 한미정상회담은 성과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회담이다. ‘원 포인트’ 회담이라고 해도 된다. 세기적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관한 것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열리면 아주 좋겠지만 열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것이 첫 번째다.
여의치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벌이는 전형적인 막판 신경전이다. 세기적 담판을 앞에 두고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CEO출신다운 행보로 해석해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연기 가능성 언급은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 담화에 대한 반응이다. 이는 평화협정체결과 북미수교를 골자로 하는 북미관계정상화와 세계비핵화를 방향으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 내용으로 해 타결되게 될 북미정상회담이 막판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번째로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강조하면서도 그간 고집하던 일괄타결 방식의 핵 폐기 모델에서 약간 물러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올 인 원(all in one·일괄 타결 및 이행) 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올 인 원이 상당히 바람직하다. 그런데 똑떨어지게 그렇게 할 수 없는 물리적 이유가 정말 존재한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명을 잘 해준다. 이 의원은 23일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비핵화의) 문제점이 뭐 한 두시간 안에 하루 만에 다 해체가 가능한 일이라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테니까 단계별로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얘기한 건 처음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23일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이행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비핵화 검증 과정에서 부딪히게 될 “기술적인 난관"을 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은 주로 핵연료 생산공장이나 시설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추적하지만, 북한이 검증받아야 할 것은 핵탄두 등의 핵무기"라며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핵탄두 검증에서 북한이 심도 있는 검증을 허락한다면 진정한 CVID 의지를 갖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때 미국이 보상을 해야된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일리가 있는 현실적 주장들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CVID는 북이 주장하는 조선반도비핵화(한반도비핵화)대한 조응이다. CVID나 한반도비핵화는 공히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그 공정이 단계적이라는 것이 그 하나다. 이는 누군가 합의해 결정될 성질이 아니다. 주관적 의지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정해진다. 핵이 갖고 있는 원리 그리고 북핵의 발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올 인 원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곧바로 할 수 없는 물리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따라서 핵의 일반적 원리와 북핵 발전의 수준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현실적인 판단인 셈이다.
핵의 일반적 원리와 북핵 발전의 수준에 의해 규정되는 CVID나 한반도비핵화의 또 하나의 특성은 CVID나 한반도비핵화가 세계비핵화를 그 방향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핵의 원리와 북핵 수준의 발전에 의해 규정된다.
이와 관련해 세계사적 범주에서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북의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가 그것이다. 북은 그냥 핵보유국이 아니다. 6번이나 공개적으로 핵시험을 한 나라다. 원자탄은 기본이고 수소탄까지 보유했다. 객관적으로 핵강대국이다. 핵강국 북이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 장면을 세계에 공개한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미국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경제패권에 결부시킨 핵패권(군사안보력)으로 세계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 제국주의를 향해 던지는 매우 세련된 철퇴다. 북이 ‘풍계리 폭음’을 통해 세계에 알리려는 것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핵강국들에게 세계비핵화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CVID의 단계성을 인정을 하는 것도 그리고 북이 곧 머지않아 풍계리에서 세계비핵화를 향한 폭음을 울리는 것도 다 세계적 대전환의 풍경들이다
한반도비핵화나 CVID는 세계비핵화를 방향으로 해 오랜 시간 속에서 단계적 실행공정을 거쳐 실현될 성질의 것이다. 북미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현실적으로 확인하게 될 핵심적 내용이 이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일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문답하는 과정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개의 한국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당신이 추구하는 비전이냐. 장래 어느 시점에 통일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함께 합치게 될 것(get together)이며 '원코리아'(one Korea)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매우, 매우 성공적인 북한을 보게 될 것이고, 동시에 이미 성공했으며 매우 성공할 남한도 보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미 대통령 입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에 이어 통일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주목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두 한국이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좋다"는 말이 나온 것은 더욱 그렇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수사가 아니다. 북미정상회담이 통일을 위한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특기하며 의미 또한 역사적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순탄치 않고 수많은 곡절을 동반하면서 준비되고 있음을 드러내주면서 북핵 폐기과정이 단계적인 공정을 거칠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나섰으며 북미정상회담이 통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상이야 했지만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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