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시::권말선

[시] 구부러지다

by 전선에서 2018. 2. 6.

(사진 : 경남일보)



구부러지다


     권말선



한 몸 따사로이 뉘일 

안온한 집이란 한갓 꿈일까

웅크린 채 잠들어야 하는 

그녀의 밤, 길기만 하다


하루의 무게만큼이나 버거운 손수레 

몇 천 원과 바꾸고 돌아온 방

냉골바닥에 등 다 붙일 수 없어 

모로 누워 가늘어진 다리 

겨우 끌어다 안아본다

버석거리는 체온 보듬어

긴 밤 버텨야 하는데

빈 창자에선지 빈 가슴에선지

절로 터지는 소리 으으으

짠 눈물 목에 걸려 

쉬 잠들 수도 없다


추위보다 짙은 냉기에 

잠도 꿈도 달아났나

어느 봄날 흐릿한 기억만 

잠시 머물다 

눈물에 쓸려간다


넓디넓은 세상에 

어쩌다 혼자가 되었을까

언제 이렇게 늙어졌을까


젖은 한숨에 묻힌 그녀

조금 더 웅크러진다

점점 더 구부러진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폐지 줍는 할머니의 고단한 일상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00660


'시::권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그 놈들, 이제 다 물러갔소?  (0) 2018.03.18
[시] 우리가 우리에게  (0) 2018.03.12
[시] 노숙  (0) 2018.03.05
[시] 길  (0) 2018.02.18
[시] 통일이예요  (0) 2018.02.08
[시] 제주 동백꽃  (0) 2018.01.28
[시] 트럼프 탄핵 미리 축하  (0) 2017.11.12
[시] 도쿄의 천둥소리  (1) 2017.11.10
[시] 그래그래  (0) 2017.10.27
[시] 불을 삼킨 개  (0) 2017.10.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