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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그래그래

by 전선에서 2017. 10. 27.

그래그래


         권말선


바다가에 선 

키 큰 나무는 

바람의 엄마 같다


파도와 뒹굴고 놀던 바람

춥다고 달려와 안겨들면

나뭇잎 손 스르르 펼쳐

물젖은 얼굴 닦아주

그래그래


갈매기 부리에 쪼여 

울고 뛰어 오면

퉁퉁부은 얼굴 감싸쥐며

그래그래

주머니에 넣어둔 햇살 한 줌

손에 꼭 쥐어주며

그래그래


밤늦도록 노는 바람

무섭지 말라고

엄마 여기 있어 

그래그래

행여 넘어질까 

팔 뻗어 받쳐주며

그래그래


파도가 잠든 날은

바람도 잠이 들고

꽃잠 자라 토닥이며

그래그래


다 자란 바람이 

수평선 너머 

먼 나라로 떠날때면

눈물 꾹 참으며 

그래그래


해는 저물고

마른 잎 한 둘 떨어질 때

아득한 수평선 바라보며

옛생각에 젖은 얼굴

그리운 가슴 붙안고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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