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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내어 달아 맺고 풀어

by 전선에서 2024. 10. 6.

내어 달아 맺고 풀어
- 촛불풍물단 2주년 자축시


권말선

서쪽 하늘 멀리서 덩치 큰 구름이
찌푸린 얼굴로 우릴 맞으며
굵은 밧줄로 감아 끌어당기듯 하던
어느 날의 행진을 기억하시는가
긴 시간 애태우며 기다렸다는 듯
회초리처럼 따갑게 볼을 때리던
거인의 서러운 눈물 같은 빗방울도
기억하시는가, 그대

꽹과리 첫 음으로 숭례문을 열었지
종로에서 녹두장군 전봉준 뵈오며 
해방까지 달려가리라 굳게 다짐했지
아마 그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안국 지날 무렵 가락은 더 거세졌고
똬리 틀고 앉은 저 미국, 일본 향해
제국의 독기 다 깨버릴 듯 몰아쳤지
아아, 광화문! 그 광장으로 향할 때
구름은 더 큰 비를 뿌려댔고 우리들은
끝까지 기억하자던 4.16 약속 앞에
적폐를 청산하자던 촛불의 약속 앞에
기꺼이 비장 다 드러내며 가락을 던졌지
우리가 토해내는 드센 기운으로
사위는 가득 채워졌고 그 기운으로
탁한 세상은 비로소 맑아지고 있었어

그날의 구름은 어디서 왔던가
어긋난 역사의 마디에서
거머쥐지 못한 싸움의 끝자락에서
아깝게 놓친 미완의 매듭에서
분노, 한, 피울음만 먹고 자라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구름은

그대는 또 어디서 왔는가
한 척 등에 크나큰 시대의 숙제를 지고
한 뼘 가슴에 빛나는 승리의 희망 품고
제 한 몸 살아온 날보다 더 장대한 서사
강이라면 넘치고 산이라면 겹쌓일 만큼
대대의 역사 켜켜이 받아 이은 그대는

지나온 길 구비구비 힘겨웠어도
가야 할 길은 선명하나니
그대, 촛불행진의 길잡이여
흥을 부르는 풍물의 가락이여
찬비도 환호성으로 맞으며 가자
덩실 걸음으로 이 길 끝까지 걸어 가자
백천 번이라도 내어 달아 맺고 풀어
마침내는 새 역사를 열어내자
달려 가자, 구름 뒤에서 손 흔드는
한 덩이 찬연한 저 태양을 만나자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 촛불 행진의 선두에서 풍물을 치는 <촛불풍물단>이 2주년을 맞았다. (c) 촛불풍물단

https://youtu.be/qQp19VWwIZ8?si=DZGiOb056JGVILOS
(시낭송, 촛불풍물단 2돌 축하잔치_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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